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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4명서 120명으로..조합원끼리도 얼굴 몰라"

이영경 기자 입력 2012. 07. 18. 03:06 수정 2012. 07. 1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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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주년 맞는 박원우 위원장

지난해 7월 삼성 직원 4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삼성에버랜드가 간부들로 구성된 '유령노조'를 만들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설립필증도 받았다. 무노조 신화로 유명한 삼성그룹에 사상 처음 '민주노조'의 깃발이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4명의 노조원은 철옹성 같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힘든 길을 걸었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부위원장은 설립 직후 해고당했다. 이어 김영태 회계감사는 정직 2개월, 박원우 위원장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1년을 버텼다. 비공개지만 조합원도 12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 13일 박원우 위원장과 조장희 부위원장, 백승진 사무국장을 경기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앞에서 만났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이 지난 13일 노조 출범 이후 1년간의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달걀로 바위 치기'를 하고 있는 그들은 맷집이 늘고 굳은살이 제법 박힌 듯했다. 박원우 위원장은 "그동안 삼성과 싸워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다산인권센터, 삼성일반노조와 함께 삼성에 대항해 싸우는 통합된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삼성노조를 표방했는데 120명으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나.

"노조 설립 직후 4명이 전국의 삼성 사업장을 돌았다.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를 준비해온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그러나 지난 6월 부산 삼성화재에서 노조를 준비하던 한용기씨와 울산 SDI의 이만신씨가 같은 시기에 해고됐다. 극도로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년 사이 조합원이 120여명으로 늘었다. 조합원은 전 계열사에 있고 비정규직도 있다. 그러나 서로서로 누군지 모르고 우리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가 잘 안갈 수도 있겠지만 삼성이 오랜 기간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의식·무의식적으로 세뇌시켜 노조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공개하고 활동할 계획이다."

- 에버랜드 사업장이 주축인데 노조 결성 이후 무슨 변화를 만들었나.

"회사 쪽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한 명의 직원이라도 삼성노조로 인해 동요하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한꺼번에 관리하기 위한 회사 내 소모임, 조직문화 활동이 크게 늘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없었던 혜택들이 생긴 것이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20~30명씩 이뤄지던 명예퇴직도 작년에 없었다. 연초에 지급되는 이익배당금이 전년도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평년 12.5%보다 많은 18% 정도 지급됐다. 공개적으로는 말을 못하지만 지나가면서 '노조 덕분'이라는 말을 하는 동료도 있다."

- 그동안 무슨 활동을 했나.

"지난 1월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아르바이트하던 스물다섯 살 김주경씨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에버랜드 내 비정규직 100여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에버랜드 리조트 현장 근무자는 70%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시급 5000원 안팎에 하루 평균 12~13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

- 노조 설립 후 1년간 뭘 했나.

"사측이 유독 노조원들에게만 징계위원회를 열고 있다. 조 부위원장 해고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징계뿐 아니라 사소한 행위에도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 아직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한 계획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할 계획이다. 현재 시기를 타진 중이다. 금속노조는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 준비 중인 조직을 모아 노조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반올림, 삼성일반노조, 다산인권센터 등 삼성과 싸우는 단위조직들과 통합된 조직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계획 중이다. 지금은 피해 노동자가 나와야 기자회견을 하거나 성명서를 내왔다.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다. 삼성은 철옹성 같고 효율적으로 우리를 공격하는데, 우리는 너무 흩어져 있다. 가능하면 더 많은 단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또 내년 7월 '유령노조'가 체결한 실체없는 단체협약의 효력이 만료되면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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