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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떴다하면 광클 "여자들은 다 그래"

입력 2012. 07. 20. 19:21 수정 2012. 07. 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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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사이트도 5∼6개 욕설 섞은 마구잡이식 비하男, 女 지위 향상에 박탈감.. 익명의 공간에서 불만 표출"남녀 동반자관계 정립 필요"

[세계일보]'여자가 얼마나 미운 짓을 했으면 맞고 살았겠어요?'

직장인 박모(29·여)씨는 최근 한 신문기사의 인터넷 댓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여성이 맞을 짓을 했다'며 무조건적 여성혐오를 드러낸 글들이 많았던 것. 박씨는 "무턱대고 여성을 욕하는 내용이 많았다"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남성들의 숨겨진 속내를 보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도를 넘은 막무가내식 '여성혐오'가 온라인상에서 판치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와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양성평등의 사회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인터넷에는 5, 6개 정도의 여성혐오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 사이트들은 밖으로는 '진정한 양성평등'을 내걸고 있었지만 실상을 살펴보니 여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보다는 욕설을 섞은 '마구잡이식 비난'이 줄을 이었다. 여성 성기를 빗댄 음란한 욕설들이 대부분이어서 읽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내용을 봐도 여성은 물론 남성도 동감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돈도 없으면서 성매매라도 해서 성형수술, 명품 쇼핑을 하는 게 한국 여자들이다.', '여자의 속은 상상 이상으로 좁다. 이기심, 자기 합리화에 닳고 닳은 속물이다.' 또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계층별 인기 검색어를 올려놓고는 "화장품에만 관심이 있다. 개념 없다"고 여자를 비하하는 글도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OO녀 동영상'이나 '김여사 시리즈'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동영상 속에서는 부족한 윤리의식이나 운전 실력을 드러내는 사람은 대부분 여자다. 관련 기사에는 어김없이 '여자들은 다 그렇다'는 댓글이 따라붙는다.

이는 전통적인 남녀관계가 변화를 맞으면서 돌출되는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성의 지위는 계속해서 향상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

여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대생 김모(24)씨는 "인터넷에서 여성혐오가 담긴 댓글을 볼 때마다 남녀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31·여)씨는 "데이트 비용은 남성이 다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힘든 일은 쏙 빠지려는 일부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성인남성 150명을 대상으로 '남녀평등시대가 맞는지 외치고 싶은 순간'을 물었더니 54%가 '데이트 비용과 신혼집 구입비를 남성이 다 부담해야 할 때'를 1위로 꼽았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의 지위 향상에 따라 피해의식을 갖는 남성과 지위가 향상됐는데도 책임은 지지 않고 여전히 권리만 누리려고 하는 여성 모두 변해야 한다"며 "남녀가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동반자 관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진정한 남녀평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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