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특허괴물 본색] 아이피니스에 뒤늦게 눈 떠.. MS·구글과 특허 사재기 전쟁

이종배기자 2012. 7.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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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로 앉아서 돈 벌자" 3개 기업 특허 매입액 2년간 20조원 육박업종 구분없이 사들여 경쟁사 우회 공격 예사인력·조직 대폭 보강 등 국내기업 대응 발등의 불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애플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특허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이 때문에 애플은 특허괴물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애플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 특허괴물로부터 무려 126건의 소송을 당했고 이는 세계 글로벌 기업 가운데 톱 수준이다.

특허의 소중함을 깨달은 애플은 지난해부터 스스로 특허괴물로 변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허 사냥(매입)에 마구잡이로 나섰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록스타비드코다. 업계의 한 특허 전문가는 "애플은 록스타비드코 설립을 통해 물건을 만들지 않아도 특허괴물처럼 지적재산(IP)만으로도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뿐 아니라 구글ㆍMS 등 거대 기업들이 잠재적인 특허괴물이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허 사냥에 나서는 해외 글로벌 기업들=최근 들어 특허 사냥은 해외 기업에 있어 유행이 됐다. 특히 애플ㆍMSㆍ구글 등 빅3가 벌이는 특허 매입은 '콜드 워(Cold Warㆍ냉전)'로 비유될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 3개 기업이 2011년과 2012년에 특허를 매입하기 위해 쓴 금액이 우리나라 돈으로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MS 등과 함께 노텔 특허를 사들인 것 외에도 반도체회사인 프리스케일로부터 200여건의 특허를 매입했다. 이 밖에 제록스와 개인 개발자로부터 수많은 특허를 사들였다. MS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회사인 AOL의 1,100여개 특허를 사들이는 한편 스카이프도 인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특허 1만7,000여개를 매입했고 IBM의 핵심특허도 단계적으로 대거 사들였다.

유영철 창의자본주식회사 부장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 기업 외에도 웬만한 굴지의 기업들이 특허 사냥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예전에는 특허괴물들이 특허 매점매석에 나섰지만 현재는 일반 기업들도 가세하면서 특허 시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게 유 부장의 설명이다.

◇아이피니스에 눈뜨는 기업들=이들 기업이 기술적인 이유만으로 거액의 돈을 들여 특허를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아이피니스(IPness=IP+Business)' 즉 특허의 비즈니스화에 눈을 떴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업계 전문가는 "특허괴물들의 활동을 통해 특허만 가지고도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많은 기업들도 알게 됐다"며 "이렇다 보니 본연의 업무영역에 상관없는 특허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적했듯 특허는 거액의 돈을 벌어주고 있다. 특허괴물인 라운드록리서치는 미국의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했다. 마이크론은 그저 특허를 보유했지만 라운드록리서치는 이를 활용해 삼성전자ㆍIBMㆍHTC 등 굴지의 업체들로부터 매년 거액의 로열티를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 특허괴물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아카시아리서치의 경우 2011년 수입이 2010년 대비 무려 40% 성장하기도 했다.

애플의 특허괴물화는 이 같은 '돈의 흐름'을 좇은 결과 중 하나. 아울러 애플뿐 아니라 구글ㆍMS 등도 곧 애플처럼 특허괴물로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토대로 별도의 회사(특허괴물)를 설립, 그 회사를 내세워 경쟁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이 그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앞다퉈 특허를 사들이고 있는데 그렇게 구입한 특허를 전부 물건을 만드는 데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들 기업 역시 잠재적인 특허괴물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특허괴물이 이슈가 되면서 삼성ㆍLG 등 우리 기업들도 대응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특허 인력 및 조직을 보강하고 전사 차원의 특허경영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책이 그것이다.

문제는 특허의 비즈니스화에는 아직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특허를 사고팔면서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세계 특허시장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특허 사냥터에서 국내 기업의 얼굴은 거의 볼 수 없다.

한 전문가는 "국내 기업의 대응책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별도의 특허전문회사(특허괴물)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면특허를 활용해 이를 관리할 별도의 IP회사를 만드는 것도 그중 한 방법이다.

고춘곤 인텔렉츄얼디스커버리 부사장은 "일반 기업과 특허괴물이 협력해 경쟁기업을 우회공격하는 특허전쟁 4.0시대가 왔다"며 "이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특허의 수익화활동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 인력 및 조직 강화 등 기초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기업들도 특허의 비즈니스화에 눈을 떠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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