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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전자랜드 인수전 최후 승자는?

김보람 기자 입력 2012. 08. 01. 08:53 수정 2012. 08. 0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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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전자랜드 인수전 최후 승자는?

롯데가 가전 양판점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반면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양대 유통공룡의 총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중 가전 양판점을 놓고 벌인 유통전쟁에서 누가 최후 승자가 될까.

지난 7월6일 롯데쇼핑은 하이마트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하이마트 인수를 확정지었다. 롯데쇼핑은 이날 유진그룹,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65.25%를 확보했다. 인수금액은 모두 1조480억원으로 주당 8만1026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2007년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인수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이마트는 국내 1위 가전 양판점이다. 작년 매출액은 3조4106억원으로 전자제품 유통시장(전체 규모 10조원)에서 약 34.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밖에 삼성 디지털프라자는 20%, LG 베스트샵은 14.8%, 전자랜드는 9.3%, 기타(직영점, 영세 대리점, 집단상가) 21%다.

롯데가 운영 중인 롯데마트 내 가전판매와 디지털파크의 가전시장 점유율은 5% 안팎이다. 디지털파크는 전국 12개, 롯데마트 내 가전판매점은 95개다. 하이마트가 전국 315개 지점으로 영업하는 걸 감안하면 롯데의 전자제품 유통채널은 전문점 327개, 마트형 95개, 백화점 37개(롯데미도파, 롯데스퀘어 포함) 등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하이마트는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3~5년 사이 10개 정도의 신규 점포를 개설하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렇게 롯데와 하이마트의 만남은 거센 바잉파워(막강한 구매력)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는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오기 이전부터 디지털파크를 2018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점을 통해 기존사업자와 경쟁을 벌이고 손익분기점 도달을 기다리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를 인수해 절대적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인수 직후부터 수익이 나는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정용진 부회장, 신동빈 회장에게 수싸움에서 밀려?

이에 비해 신세계는 지난 5월25일 전자랜드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7월2일 돌연 MOU를 해지했다. 이유는 전자랜드 매장 수가 하이마트보다 현저히 적을뿐더러 전자랜드는 소비자들 머릿속에 '용산'이라는 속아 사거나 정품이 아닌 듯한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물론 증권가 등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MOU 해지 전부터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는 했다.

하지만 하이마트 인수후보로 MBK파트너스가 유력해지면서 전자랜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롯데가 아닌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난 뒤 신세계는 지난 7월2일 돌연 전자랜드와 MOU를 해지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튿날인 7월3일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 인수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7월4일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7월6일 최종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 같은 전개 상황을 두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수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날개 없는 선풍기를 트위터에 소개하는 등 트렌드 세터인 정 부회장은 가전유통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가전유통 사업의 확장 의지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이번 인수전에도 열정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것을 알고 나서 경쟁 구도를 갖출 의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신세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무산은 전자랜드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전자랜드 측이 요구한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신세계 측이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롯데의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 탈락에 따른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는 신세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사업과 프리미엄 아웃렛 등에서 신 회장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 부회장으로서는 가전유통의 영토 확장에서 완전히 뒤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놓고 벌인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수싸움은 앞으로 양대 유통 라이벌의 순위 판도를 뒤흔들 엄청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Tip l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후폭풍

'롯데전자' 부활 가능성…삼성·LG전자 긴장?

유통업계와 가전업계는 롯데발 가전유통 시장 개혁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무엇보다 "뼛속까지 장사꾼인 신동빈 회장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 없다"면서 "롯데의 가전 양판점인 디지털파크를 두고도 이번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롯데가 유통을 넘어 '제품' 부문 진출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통 공룡' 롯데가 '제조 공룡' 삼성과 LG전자에게 슬그머니 도전장을 냈다는 의미다.

'비밀병기'는 PB상품이다. 하이마트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 등의 국내 가전제조업체와 외산업체, 국내외 중소제조업체를 포함해 약 110여개 업체의 1만5000종에 이르는 제품을 취급한다. 이 중 국내외 중소기업이 전체 비율의 40%.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롯데가 제품력은 우수하지만 브랜드 파워는 없는 중소제조업체와 OEM 작업을 통해 '롯데 PB상품'을 제작한다면 그것은 곧 하이마트 외에 국내외 롯데 유통망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제조왕인 삼성, LG라도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실제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마트에서 PB상품을 판매하며 그 영향력을 입증시킨 바 있다. 2011년 진행한 롯데마트의 '통큰 시리즈'로 제조업체인 모뉴엘과 제휴를 맺고 '통큰 넷북', '통큰TV' 등을 선보여 '대박'을 냈다. PB상품의 인기는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데 있다. 게다가 이미 하이마트에 잘 구축된 A/S가 더욱 강화되면 삼성이나 LG 등 가전유통 및 제조업체들은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노현 롯데그룹 홍보차장은 "아직 뚜렷한 전략을 공개하기에는 이르다"면서 "그러나 롯데가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했을 때 충분한 수확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 PB상품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왕년 롯데전자의 부활을 점쳐볼 수도 있다. 현재 대형마트 전자제품 코너 또는 온라인 쇼핑몰 등지에서는 'LOTTE' 로고가 새겨진 롯데전자의 핑키 라디오, CD플레이어, 어학용 카세트, 전자사전 등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전자는 1973년 일본 파이오니아와의 합작투자로 설립돼 오디오, 카세트 등의 전자제품을 주력 생산 판매한 회사다. 이후 2004년 롯데정보통신에 흡수 합병됐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 나온다. 공시 자료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되는 것 역시 롯데그룹의 사라진 계열사로 소개된다. 송 차장은 "롯데전자는 없어진 지 오래다. 현재 롯데계열에 제조업 자체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확인 결과 'LOTTE'가 적힌 롯데전자의 '핑키' 모델 제품들은 롯데마트 내 디지털파크에서도 판매 중이다. 브랜드와 제조사명은 '롯데전자'지만 제조업체인 합일전자, BF홀딩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앞서 말한 PB상품 구조다. 그런데 여전히 롯데는 롯데전자의 존재를 거부하고, 롯데전자의 존재도 의문투성이다.

2007년 롯데그룹은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롯데의 브랜드 사용(심벌마크) 금지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롯데관광개발은 같은 로고를 쓸 수 없다는 게 롯데그룹의 주장이었다. 심벌을 놓고 벌인 양사의 집안싸움이었지만 결국 롯데관광개발은 2008년 롯데 심벌 사용불가 판결을 받았다. 가전업종의 한 애널리스트는 "롯데전자는 롯데그룹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존재가 뚜렷하진 않지만 롯데가 가전분야로 나아가려면 얼마든지 이 업체를 다시 계열사로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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