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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8년 전쟁'..선릉역 일대만 변태업소 200여곳 성업

입력 2012. 08. 17. 18:31 수정 2012. 08. 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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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집창촌 절반 줄었지만 풍선효과로 주택가까지 확산…성매매 건수도 되레 늘어

'특별법' 지정해 놓곤 유흥 종사자 성병검사는 지속…사실상 성매매 인정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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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인근 회사로 출근한 소모씨(42)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스팸문자를 하루에도 10건 이상 지우느라 업무에 지장이 빚어질 정도다. 매번 '수신 거부' 하지만 소용이 없다. 암호 문자처럼 난해한 이런 문자는 풀살롱(성매매가 가능한 룸살롱)들이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메시지다. 소씨는 "수년째 이런 스팸문자가 줄지 않고 있다"며 "내용만 봐도 성매매를 부추기는 업소의 '진화'를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 같은 날 밤 12시, 서울 삼성동 선릉역 부근. 선릉역에서 서쪽 역삼역~강남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로 이면도로에는 '◇◇안마' '××마사지'라고 적힌 간판이 내뿜는 불빛으로 불야성이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선릉역을 중심으로 반경 800m 지역에만 유흥·퇴폐업소가 200개가량 들어서 있다.

'마사지' 간판이 내걸린 5층짜리 A빌딩 입구에서 서성이자 40대 남성이 "쉬고 가실 건가요"라며 다가섰다. 이 업소 '상무'라고 소개한 그는 "경찰 단속에 걸리는 거 아니냐"고 묻는 말에 "여기 시스템 아시냐.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04년 9월 만들어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다음달로 만 8년이다. 그 사이 성매매의 온상으로 지목받았던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집창촌)들은 업소 수가 절반가량 급감했다. 이런 외형과 달리 성매매 적발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퇴폐 안마시술소와 '키스방' 등 신·변종 유사 성매매 업소로 진화하는가 하면, 인터넷 성매매도 극성을 부린다. 성매매 방식이 갈수록 지능적이고 음성적으로 변하면서 단속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단속하지 않는 한 특별법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성매매 금지됐는데 유흥종사자 성병 검사

특별법을 시행한 지난 8년 동안 성과도 있었다. 2004년 9월 여성가족부가 파악한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적으로 69개소(지역), 업소는 2938개, 종사 여성은 9092명이었다. 이후 경찰이 강력한 단속을 펴면서 3년 만인 2007년 9월 성매매 집결지는 39개소로 줄었다. 업소도 1443개소, 종사 여성은 3644명으로 감소했다. 특별법 시행 3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한 셈이다.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파주 용주골'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등 대표적 집창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도 성매매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듬해인 2005년 3308건이던 성매매 단속 건수는 지난해 7240건으로 늘었다. 퇴폐 안마시술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편 2009년에는 2만6580건으로 폭증하기도 했다.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을 맡으면서 '미아리 텍사스' 업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지난 8년간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퍼졌음에도 성매매는 더욱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방형'인 집창촌이 사라진 대신 '음성형' 성매매 업소가 2배 이상 늘어난 게 성매매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유흥종사자'에 대해 에이즈 등 성병 검사 의무제를 폐지하지 않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종사자는 결핵 피부병 또는 화농성 질환에 대해서만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유흥종사자'는 '성매개 감염병' 검사를 3개월에 1회, HIV(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는 6개월에 1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강남구가 관내 유흥종사자 118명에 대해 성병 검사를 실시하는 등 전국 지자체는 지난달까지도 유흥종사자들에 대해 '특별'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보건복지부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유흥종사자의 건강검진을 의무화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특별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졌다"며 "이후에도 성병 검사를 계속 하는 등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시도 때도 없는 성매매 단속이 행정력 낭비(경찰 업무 과분산)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매매 단속에 투입하는 전국 일선 경찰서 생활질서계 인원은 총 1185명. 이들은 연간 2회 실시하는 정기 단속 외에도 신고가 들어오면 수시로 단속에 나선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관계자는 "담당 부서가 따로 있긴 하지만 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면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 치안과 기초 대민 서비스 등 본업에 허점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정화조 깨 강물 오염시킨 꼴"…퇴폐업소 성업

강력한 성매매 단속과 처벌에도 성매매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성매매=범죄'라는 인식 부족 속에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공급처(유사 성행위 업소)가 양산되는 배경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이 철퇴를 맞자 가장 먼저 그 영역을 대신한 것은 퇴폐 안마시술소였다. 특별법 시행 전인 2003년 전국적으로 700여곳이던 안마시술소는 최근 1500여곳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건전한 안마시술소가 대부분이지만 성매매를 병행하는 퇴폐 안마시술소도 있다. 서울 장안동과 역삼·선릉·삼성역 등 테헤란로 일대에 몰려 있던 퇴폐 안마시술소는 2008년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성매매 업소들은 단속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간판이 아예 없거나 겉으로는 성매매 업소인지 알 수 없는 간판을 내건 '지하형'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오피스텔에서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유사 성행위가 빚어지는 휴게텔, '대×방' 등이 대표적인 예. 집창촌을 단속하자 사무실 빌딩, 주택가로 숨어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음성형 업소는 신고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임상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체적으로 성매매 적발건수가 줄지 않고 신·변종 유사 성매매 업소만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정화조 깨 한강물을 오염시킨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절반의 성공(?)…음성업소 단속이 관건

특별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 교수는 "이전의 '윤락행위 등 방지에 관한 특별법'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이름만 바뀐 것일 뿐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일시적으로 성매매를 위축시키기는 했지만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성매매 문제가 불거지면 반짝 단속하다가 법 집행 의지가 약해지면 유명무실해졌던 이전 실패 사례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범죄 발생 건수는 당국의 단속 강도가 강해지면 늘어날 수 있다"며 "성매매 적발 건수가 증가한 것도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정책 주무 부처인 여성부도 "성매매를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음성적 성매매 업태를 파악·단속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특별법이 절반의 효과만 거둔 채 이전 법의 실패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음성형 업소 비중이 90%가 넘기 때문에 전담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헌형/김우섭/이지훈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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