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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붉은 재앙.. 올해 적조 독해졌다

변태섭기자 입력 2012. 08. 19. 20:47 수정 2012. 08. 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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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변화에도 죽지 않는 코클로디니움 대규모 발생어류 폐사의 치명적 주범녹조 강물 바다 유입 禍키워.. 황토 살포가 유일한 대처법"온난화 영향 더 빈번" 전망

적조가 남해안을 뒤덮었다. 지난달 30일만해도 경남 거제 일대에 머물던 적조가 불과 5일새 전남 여수 앞바다까지 번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12일 전남 여수-장흥-완도 연안해역에 발령한 '적조경보'를 일주일 넘게 이어오고 있다. 경남 해역에 내려졌던 적조주의보는 적조경보로 격상됐다. 적조주의보는 적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닷물 1㎖에 300개체, 적조경보는 1㎖당 1,000개체 이상일 때 발령한다. 18일 기준 남해안의 플랑크톤 밀도는 1㎖당 최대 5,780개체. 수온은 24~31도로 적조 생물이 살기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영양염류의 유입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기상요건이 지금과 같을 경우 수백억 원대 재산피해를 냈던 2003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규모 번식하며 바다 표층을 뒤덮는 현상이다. 발생 원인은 녹조와 비슷하지만 광합성 하는 엽록소 색깔이 크게 차이 난다. 적조 생물의 엽록소 색깔은 붉은색. 녹조 생물은 녹색 엽록소를 가졌다. 전 세계적으로 적조를 일으키는 플랑크톤은 200여종 중 한국에서 발생하는 건 50여종이다.

국립대 한 교수는 "낙동강 등에 발생한 녹조를 없애려 방출한 강물이 연안에 흘러 들어 적조 발생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녹아 있던 질소, 인 등 영양염류와 바다에 흘러 들면서 죽은 녹조 생물이 적조 생물의 먹이가 됐다는 얘기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 박태규 연구사는 "올해는 태풍도 올라오지 않아 바다가 정체된 상황에서 폭염으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적조가 발생할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근래에 내린 비로 인해 육지에 있던 영양염류가 바다에 쓸려온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적조 피해는 1990년대 들어 꾸준히 발생했다. 적조가 발생했으나 피해가 적었던 2008~2010년이 오히려 이례적인 경우. 문제는 이번에 대규모로 발생한 적조 생물이 코클로디니움이란 식물성 플랑크톤이란 점이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수온이 오르면 적조 생물은 급격히 성장하다가 27도 이상이 되면 되레 감소한다. 반면 코클로디니움은 수온이 더 높아져도 견디며 죽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클로디니움은 2003, 2007년에도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각각 215억원, 115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적조 피해 중 가장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독을 내뿜는 적조 생물보다 코클로디니움이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이 생물은 독을 내진 않지만 점액질 성분을 갖고 있어 어류의 아가미에 쉽게 붙는다. 정해진 교수는 "적조 생물의 독이 일정 농도 이상 축적돼야 물고기가 죽지만 코클로디니움은 아가미를 막아버려 바로 폐사시킨다"며 "코클로디니움이 유입된 양식장 안의 물고기는 1,2시간 안에 모두 죽는다"고 말했다.

적조로 지금까지 전남과 경남 해역에서 폐사한 어류는 80여만 마리. 그러나 적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적조 경보가 발령된 전남 여수, 고흥, 장흥, 완도 해역은 어류 양식장이 밀집된 곳이어서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적조를 제거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황토 살포가 유일하다. 황토는 적조 생물을 흡착한 채 가라앉아 적조를 없앤다. 화학약품이나 적조 생물을 공격하는 살조세균을 뿌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패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쓰지 않고 있다. 적조 생물(식물성 플랑크톤)의 천적인 동물성 플랑크톤을 유포하는 건 비교적 안전하나 비용이 문제다.

박태규 연구사는 "코클로디니움은 1995년을 전후로 국내 연안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지구온난화로 국내 연안의 아열대화가 가속화된다면 이 적조 생물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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