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4대강 공사비 8조원 '골머리'

권순철 기자 2012. 8.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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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조원 채권 만기 도래하지만 상계처리 차질로 회수방안 불투명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한 8조원의 회계처리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부터 4대강 사업에 투자한 8조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지만, 정부와 수자원공사(수공)가 아직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회수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공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15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8조원 규모를 자체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정부가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 예산으로 부담해야 할 4대강 사업비의 절반을 수공에 떠넘겼던 것이다. 수공의 4대강 사업 투자와 관련해서는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수자원공사가 투자해 준공한 이포보의 모습./연합뉴스정부가 4대강 사업비를 정부 예산이 아닌 수공 사업비에 편입함으로써 국회 심사를 회피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정부는 수공이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4대강 사업비 8조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급보증했다. 정부는 수공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첫 해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자비용 6753억원을 지원했다.

정부 부담할 비용 수공에 떠넘긴 것

수공이 4년여 동안 8조원을 들여 건설한 영주댐 등 4대강 시설물의 대부분이 올해 완공된다. 문제는 4대강에 세워진 시설물은 현행법(하천법)상 준공 즉시 국토해양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공이 4대강과 관련해 시행한 사업은 다목적댐인 영주댐과 보현댐 건설(1조4876억원), 안동댐과 임하댐 연결(1067억원),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2676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 수공은 4대강 시설물을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대신 정부로부터 친수구역사업권을 받기로 했다. < 주간경향 > 이 입수한 수공의 '4대강 사업 준공 후 기부채납 계획 및 회계처리 계획'에 따르면 4대강 시설물 준공시까지 투자된 총사업비 7조9780억원은 댐과 보 등 실물자산을 준공 후 국가에 귀속하고, 무형자산(친수구역사업권)으로 처리한다고 돼 있다. 즉 하천법에 따라 수공이 4대강 시설물을 국가에 기부하는 대신에 정부는 사업비를 4대강 주변(친수구역)을 개발, 그 개발이익으로 사업비를 보존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2010년 12월 수공의 4대강 사업비 보전을 위한 법제화를 마쳤다. '수공지원특별법'이라 불렸던 친수구역법('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당시에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됐다. 친수구역법은 수공이 4대강 하천 경계로부터 2㎞ 안팎에 있는 지역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주택·관광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수공의 의도대로 되고 있지 않다. 친수구역사업권에 대한 정확한 자산평가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회계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형의 실물자산(4대강 사업 시설물)을 무형의 자산(친수구역사업권)과 상계처리하기 위해서는 무형의 자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친수구역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공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의 일정으로 추진했던 4대강 주변의 친수구역 관련 연구용역이 올해 4월에 중단된 것은 단적인 예다.

친수구역 조성사업 관련, 수공은 세부 타당성 조사, 사업계획, 사전 환경 및 재해 검토서 작성 등을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했으나, 용역이 갑자기 중단됐다. 용역이 중단된 이유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과 친수구역 내 아파트 단지 조성 등에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광역단제장 또는 시장·군수)의 소극적 태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 시작 때는 4대강 주변의 지자체장이 대부분 새누리당 출신이었으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당 출신 단체장이 대거 당선되면서 친수구역사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공의 관계자는 "용역이 중단된 것은 관계기관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일시 중단한 것"이라며 "친수구역사업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에서도 잘 협조하고 있으며, 용역은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은 "수자원공사는 아직까지 4대강 사업 투자비 회수를 위한 친수구역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수공의 4대강 사업비와 관련한 회계처리 문제는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공은 또한 친수구역사업을 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위해서는 수공이 80%, 해당 지자체가 20%의 재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공의 재원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남윤인순 의원은 "친수구역 개발에 따른 예상수익률을 10%로 가정한다고 해도 8조원을 회수하려면 수공이 무려 80조원 이상의 빚을 내야 하는데 재원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에서 수질오염 총량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오염총량 범위에서 신규개발이 허용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수구역사업 기본계획도 못 세운 상태

현재 정부와 수공이 유일하게 친수구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부산광역시 서낙동강 주변에 있는 '에코 델타 시티'라는 수변도시 조성이다. 부산 강서구 강동동 일원 1188만5000㎡(약 360만평)에 2018년까지 총 5조4386억원을 투자(수자원공사 3조9414억원, 부산시 9853억원)해 주택 2만9000호(계획인구 7만8000명) 규모의 수변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공의 투자비 4조여원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며, 2014년부터 분양할 예정이다. 수공은 '에코 델타 시티'가 성공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LH공사가 포기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계획인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공의 4대강 사업비에 대한 이자는 지급보증했으나, 친수구역사업에 대해서는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부산의 '에코 델타 시티' 지역에서 분양이 100%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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