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이모~"는 그만..'차림사'로 불러주세요

박진영 기자 입력 2012. 8. 31. 16:39 수정 2012. 8. 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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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그는 호소했다. 왜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는 무시 당해야 하는 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일하는 그는 "(우리도) 집에 가면 아이들의 엄마고 아이들의 할머니"라며 "열심히 사는 죄밖에 없는데 사회에서 무시를 당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들이 우리를 너무 '밑으로' 생각한단 말이야"라며 한탄했다.

최근 '식당노동자'에 대한 권리와 세간의 인식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아줌마" "이모님" "저기요" 등 '식당노동자'들을 향해 부르는 '호칭'에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를 대신할 용어는 '차림사'. 민우회는 새 이름 '차림사' 보급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식당노동'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리도 향상시켜 나간다는 설명이다. "일 하는 여성의 8명 중 1명이 식당노동일을 하고 있는 만큼 이는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영숙씨(66)는 "술 취해서 주정부리고 '아줌마' '야' 라고 기분 나쁘게 부르는 일은 다반사고 심하면 욕설도 한다"며 "그냥 점잖게만 드셔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서울 동대문구 한 '식당 노동자'는 "손님 중에 '술 좀 따라봐'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를 거부하니 주인을 따로 불렀고 주인은 '강요 아닌 강요'를 했다"고 호소했다.

민우회는 지난해 9월 식당 노동자 2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식당노동자들의 권리 및 인식에 대한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결과 전일제로 일하는 5인 이상 근무장의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에 달했다. 월급여 평균은 145만원 가량으로 드러났다. 시급으로 따지면 3414원으로 최저 임금(2012년 4580원·2013년 486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일을 하며 손님에게 겪은 힘든 점' 가운데 무시하는 태도나 반말이 27.4% △욕설이나 폭행 2.3% △잦은 벨 및 재촉 24.6% △성희롱 2.2% 등으로 조사돼 '손님'들의 태도나 행동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식당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의 첫 노력으로 시도된 것이 2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식당노동자 새 호칭 공모전'이다.

여성성보다는 '양성'에 적용할 수 있고 식당노동에 대한 존중을 드러낼 수 있는 명칭이라는 '기준'을 적용한 결과 '차림사'라는 말이 채택됐다.

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식당들에 '차림사' 이름표를 배포하고 트위터 등을 통해서 사연을 접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며 "식당노동자 근로 환경에 힘쓴 식당에 대해 지원을 하는 조례도 제정해 곧 각 지자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림사'라는 용어에 대해 '어색함'을 호소하는 식당노동자들도 많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일하는 한 식당노동자는 "차라리 상냥하게 '이모' '이모님'하고 부르는 게 낫다"며 "차림사도 고맙긴 하지만 좀 어색한 거 같다"고 말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식당을 돌아다니며 '차림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대부분 환영하면서도 '어색하다' '쑥스럽다' 라는 의견을 함께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중요한 것은 호칭 자체가 아니라 "이런 노력들을 통해 '식당노동'에 대한 인식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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