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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엉뚱한 사람을 성폭행범이라며 1면에..

입력 2012. 09. 01. 19:30 수정 2012. 09. 0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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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의 빗발치자 "잘못 올라왔다" 공식 시인

당사자 큰 충격 "죽고싶다는 말까지 한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한 보수언론에서 대형 오보를 내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조선일보>가 1면 사진을 통해 나주 어린이 납치·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아무개(23)씨라고 공개한 사진이 사건과 전혀 관계 없는 시민의 얼굴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력범죄자를 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얼굴 공개 보도가 선량한 한 시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어서 향후 피의자 얼굴 공개 방침에 논란이 일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것"이라며 한 남자의 정면 얼굴사진을 크게 실었다. 하지만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에 "제 친구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잘못된 사진을 실었음이 탄로났다. 글을 쓴 송아무개씨는 "사진이 퍼져서 제 친구가 성폭행범으로 얼굴이 알려진 상태"라며 "친구가 욕설과 비난을 받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자, <조선일보> 쪽은 오보임을 이날 오후께 시인했다. 조선일보 대표 안내전화는 공식적으로 "(1면) 사진이 잘못 올라온 것으로 확인돼서 그 후의 문제에 대해 처리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선일보">의 온라인판인 <조선닷컴>에선 이 사진이 사라진 상태다.

경찰 쪽도 <조선일보> 사진을 "오보"라고 공식 인정했다. 경찰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31일 오후 <조선일보> 기자가 전남 나주 경찰서에 찾아와 문제의 사진을 보여주며 "맞느냐"며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경찰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자 기자는 그냥 돌아갔고, 이 사진이 그대로 1면에 실렸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가 제대로 확인을 안하고 사진을 썼다"며 "피해자가 초상권 관련해 고소를 하면 정식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의 당사자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에 글을 올린 송아무개씨는 "제 친구는 개그맨 지망생인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죽고싶다는 말까지 한다"며 "당사자는 지금 미치는 심경"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대형 오보 사건에 대해,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이같은 오보는 정정보도 차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소송을 통해 구제 받아야 한다"며 "언론사마다 흉악범죄자의 얼굴공개에 대한 기준이 다른데, 하루빨리 공통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방과 강상현 교수도 "이번 사태는 시간에 쫓기는 상태에서 기자들끼리 과열경쟁을 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글이 아닌 영상이나 사진의 경우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더 크므로, 한줄 정정 보도차원에서 해결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7월19일자 1면 사진도 날짜를 속인 사진을 실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태풍 탓에 큰 파도가 이는 해운대 앞바다 사진을 실었지만, 다음날인 7월20일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내 "이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완 이정국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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