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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 읽으면 쓸모없다

입력 2012.09.03. 15:10 수정 2012.09.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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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공부를 위한 효과적인 책 읽기를 말하기 전, 책을 읽다가 빠지기 쉬운 함정 네 가지를 먼저 짚어 보자.

첫째,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것. 책을 잘 읽으려면 우선 책을 좋아해야 한다. 의무처럼 억지로 몇 권 읽은 후에 평생 책을 싫어하게 된다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특히 어릴 때에는 읽어야 할 책의 권수와 목록을 만들고, 검사하고, 핵심과 무관한 퀴즈 만들어서 묻는 행동은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첩경이다.

둘째, 책은 읽고 감상을 느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풍토는 엉터리 독후감 쓰기를 강요받았기 때문에 생긴다. 책 읽고 쓸 감상은 몇 가지 안 된다. 재미있거나 없거나. 감동적이거나 무덤덤하거나. 쉽거나 어렵거나. 내용이 훌륭하거나 하찮거나. 한 줄 쓰면 끝이다. 이 간단한 걸 길게 늘여 쓰게 만드니, 책 읽기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금 인터넷에선 다 큰 어른들이 "아, 감동적이었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식의 자기 강박만 확인하는 독후감이 줄기차게 올라온다.

셋째, 책의 내용을 흩어진 모래알처럼 읽는 것. 이런 사람들에겐 문장들이 음가를 잠시 떠올리게 한 뒤 말 그대로 뇌를 투과해서 지나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04년 한국 교육인적자원 지표'를 보면, 한국에서는 '반상회 공고문'을 보고 반상회가 누구 집에서 열리는지 파악하는 수준의 생활정보 문서 해독에 취약한 사람(1단계)이 전체의 38%나 되었고, 자신이 이미 아는 것이 아닌 새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람(2단계)도 전체 국민 중 37.8%나 되었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의 문서독해 능력 역시 조사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넷째, 책을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 이런 사람들은 책에서 새로운 문제 풀이 방식을 배우기를 바라지 않으며, 글쓴이의 논증을 따라가길 귀찮아한다. 그래서 자신이 이미 가진 신념에 아첨하면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고, 그 신념에 반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면 싫은 책이라고 거부한다. 술술 읽어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책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읽은 책이 산을 이룬다 해도 소용이 없다.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책이 생활의 자연스러운 배경을 이루어야 한다. 텔레비전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항상 꺼져 있고, 대신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있어 자유롭게 뽑아 보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책 내용을 대화의 주제로 많이 올리는 사람들은 '책 덕분에 인생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준다. 집 근처의 도서관을 여가 시간을 보내는 주요 장소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킬 무언가가 그 책에 있었다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를 되묻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소설과 같은 서사를 제외하면, 모든 글들은 '질문'을 '풀어', '답'을 내는 내용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니 질문을 주의 깊게 음미하고 그 뒤에 나오는 내용을 그 질문에 비추어 능동적으로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넷째, 책에서 자신이 모르거나 달리 생각하던 내용이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처음에 완전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여러 번 읽으면 뜻을 알 수 있다는 느긋한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

함정을 잘 피했다면 이제, 어떻게 책을 읽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바로 책을 "계속되는 탐구의 여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물과 보물의 창고"로 보며 읽는 것이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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