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선일보

농가 맛집_"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시골 밥상".. 못밥 질상 고수록비빔밥 소민전골 등 전국 '농가 맛집' 70여곳

강릉·서천·공주 입력 2012. 09. 06. 04:07 수정 2012. 09. 06. 11:3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모내기 일꾼들 밥그릇으로 쓰였다는 두가리(나무대접)는 냉면 사발만 했다. 강원도 강릉 서지마을에서 농가 맛집 '서지초가뜰'을 운영하는 창녕 조씨 종부(宗婦) 최영간(66)씨는 "여기에 밥을 고봉으로 가득 담았다"고 했다. "요즘 밥그릇으로 하면 10인분은 될 거요. 제가 시집오던 40년 전만 해도 쌀이 귀했어요. 모내기하는 날만은 쌀밥을 먹으라는 것이었어요. 일꾼 혼자 다 먹으란 건 아니었어요. 남은 밥을 집에 싸가서 식구들도 먹이란 배려였죠."

'서지초가뜰'은 이제는 보기 힘들게 된 '못밥'을 내는 농가 맛집이다. 못밥이란 모내기하느라 수고하는 일꾼들에게 먹이던 밥이다. 짚을 짜서 만든 둥그렇고 커다란 깔개에 팥을 듬뿍 얹은 쌀밥과 미역국에다 각종 반찬을 푸짐하게 담아서 낸다. 나물, 생선구이 한 토막, 장아찌….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최 종부는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밥상"이라고 했다. "밥은 물을 빼고 키운 '밭벼'가 아닌 논에서 키운 벼에서 나온 쌀로 지었어요. 반찬은 모두 직접 재배한 재료를 쓰고요. 인공 조미료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지요." 예로부터 우리가 먹어온 밥상, 제대로 된 밥상이라는 말이다.

농가 맛집은 이런 곳들이다. 어쩌면 사라질지 모를 지역 토속 음식을 되살리고 계승하는 식당이다.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로 전통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들고 낸다. 서지초가뜰은 '못밥'과 함께 모내기를 마치고 마을 전체가 잔치를 벌일 때 내던 '질상'도 한다. 충남 공주 '미마지'는 지역 유력 청송 심씨 가문에서 손님상에 내던 신선로를 간소화한 '소민전골정식'을 낸다. 토속 먹거리를 요즘 세상과 입맛에 맞게 새로운 음식으로 재해석해 내는 농민 맛집도 있다. 충남 서천 '고수록'이 그런 집이다. 서천 앞바다에서 나는 해초인 고수록(高秀綠)에 쌀가루를 묻혀 부각처럼 튀겨 비빔밥의 주인공으로 올렸다.

전국 농가 맛집 70여곳을 소개한 '농촌의 맛과 이야기가 있는 농가 맛집' 단행본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다. 단행본 제작을 맡았던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www.diaryr.com) 이윤화 대표에게 자문하여 음식과 사연이 특별히 두드러지는 농가 맛집을 D2·3면에서 소개한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