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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넘치던 '미아리텍사스' 그곳은 지금"

나석윤 입력 2012. 09. 13. 11:11 수정 2012. 09. 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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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성매매업소가 밀집한 서울 성북구의 소위 '미아리텍사스촌'. 30년 넘게 존재한 이곳이 곧 사라진다. 최근 서울시가 미아리텍사스촌이 포함된 신월곡1구역을 역세권 복합주건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현재 남아 있는 140여개 성매매업소는 2014년까지 철거 된다.

하지만 이곳 성매매 업주와 여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003년 이후 재개발로 인한 철거 얘기가 숱하게 나와 이젠 듣는둥 마는 둥이다. 말 뿐이지 실제로 철거가 이뤄지진 않을 거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미아리텍사스 인근 재개발이 처음 거론된 건 지난 2003년 11월. 당시 서울시는 이 일대를 '미아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모든 성매매업소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업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4년여가 흘렀지만 재개발 계획은 구체화되지 못 했다. 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 건 재개발 계획이 아닌 2004년 9월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이다.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350여곳에 이르렀던 업소 수는 현재 140여곳으로 크게 줄었다.

업주들은 재개발 보다는 영업이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돈벌이가 안 되다 보니 젊은 성매매 여성들이 이곳을 떠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2일 오후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에서 호객행위를 거드는 듯한 나이 든 업주는 "하루에 5~6명 정도 손님 받으면 많이 받은 거다"고 푸념했다. 일부 업주들은 대안 없는 강제철거가 이뤄진다면 생존권 투쟁을 전개하겠다고도 했다. 또 무턱대고 철거가 이뤄질 경우 음지에서의 성매매 확산을 부추길 거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곳 업주들의 세입자 대책 위원회인 정화위원회 김모(55)씨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불우한 환경에 자라 배운게 없고 가진 것도 없다"며 "할 수 있는 게 이 일 뿐인데 다른 직장에 다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 곳도 잘 벌 때는 한 사람이 한달에 500만~600만원씩도 벌었다"고 덧붙였다. 업주 최모(58) 씨는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다 보니 몇몇 업주들은 재개발시 나올 보상금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요새 강력범죄도 심해지는 마당에 지금이라도 성매매 합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할구청인 성북구는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나 철거 및 보상 등의 논의가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성북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내년 말쯤에나 사업 시행 인가가 나올 것"이라며 "이후 구체적인 보상이나 대책을 논의할 계획으로 용산 사례 등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아리텍사스'는 1970년대 말 서울역 부근에서 성매매 활동을 벌이던 여성들이 단속을 피해 옮겨오면서 조성됐다. 미아리텍사스라는 말은 인근의 '미아리고개'와 미국 유흥가를 상징하는 '텍사스'를 합성해 업주들이 부르기 시작해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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