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공계大 연구비 '빈익빈 부익부' 되레 조장

입력 2012. 9. 16. 17:07 수정 2012. 9. 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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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급 연구자금을 소위 톱스타 교수들만 다 가져가요." (A공대 이모 교수)

"1억~2억원대 풀뿌리 연구비도 줄어서 중견 교수조차 연구실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예요." (C대 김모 학과장)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스타급 교수팀에만 정부 연구비가 편중 지급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서울대, 카이스트(KAIST), 포스텍에 있는 소위 빅스타급 연구 교수들 몇 명에게만 1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급 정부 지원 연구비가 각각 지급돼 '빈익빈 부익부'가 커졌다는 불만이다.

■노벨상 수상 가능자에 돈 몰려

노벨상 수상 가능자 몇몇에게만 국가 연구비가 대거 몰리다 보니 99%에 달하는 나머지 연구자들은 연구 기회가 크게 줄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은 올해부터 1팀당 최대 100억원대 연구비를 10명 교수팀에만 매년 나눠줄 예정이다. 이로 인해 5000만원짜리 풀뿌리 연구비와 함께 1억~3억원 정도의 연구비가 줄었다는 게 이공계 교수들의 불만이다.

BK21 연구실을 운영 중인 이모 교수는 "1억원대 국가 연구비를 따기 위한 경쟁률은 10대 1이 넘는 경우가 많다. 최고 30대 1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수 임용이 얼마 되지 않은 신진 과학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과학벨트 사업과 같은 대형사업에만 연구비가 몰리면서 초짜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가 기초과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K대 관계자는 "마치 100억원대 '블록버스터'급 영화만 만들려고 하는 게 현재 국내 과학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는 한국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는 점을 과학계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학비도 못 줘

최근 연구비 부족 사태로 석·박사급 연구원 두 명 이상을 거느린 교수들은 실험실 운영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 이공계 연구교수들은 실험실에 데리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학비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학부의 경우 반값등록금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두 배 정도 학비가 비싼 대학원의 경우 학비를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교수들이 학생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학비를 대왔기 때문이다.

이공계 석·박사에 지원하는 뛰어난 인재들이 줄어드는 데다가 정부가 BK21사업을 통해 우수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학비를 전액 지급해오면서 이 같은 인식이 굳어졌다.

서울 소재 A사립대 교수에 따르면 "대학원생 1명을 교육하기 위해선 1인당 연간 수천만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5~10명으로 구성된 연구실은 3억~4억원 정도 연구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정부 또는 기업 연구과제 5~6개 정도를 따내야만 연구실이 운영되는 데 과제 따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연구과제를 따기 위해서 기업체에 영업하고 과제 보고서를 준비하다 보면 연구할 시간을 모두 빼앗기고 만다는 게 교수들의 불만이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강의 준비가 부실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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