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인혁당 사건도 조작.. '남파간첩'이라던 김영춘, 실은 북파간첩"

이효상 기자 2012. 9. 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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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의 단초가 된 인혁당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툴 여지가 있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입장을 반박하는 자료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법부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무죄 판결은 존중하더라도 인혁당 자체는 북한이 조정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의심이 있다는 얘기다. 당시 이를 두고 박 후보가 1차 인혁당 사건(1964년)과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1974년)을 혼동한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민청학련·인혁당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정화영씨(64)는 "1차 인혁당 사건부터 박정희 정권의 조작이었다"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6년을 감옥에서 보낸 정씨는 "당시 정권은 인혁당을 창당한 '김영춘(김상한)'을 남파간첩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영춘은 박정희 정부가 북한에 보낸 북파간첩"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주장은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005년 12월 발간한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 보고서에서 뒷받침된다. 1964년 8월14일 중앙정보부는 "인혁당은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61년 남파된 북괴간첩 김영춘이 1962년 1월 조직한 지하당"이라며 "김영춘은 1962년 5월 사업보고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월북했다"고 발표한다. '남파간첩 김영춘'은 1차 인혁당 사건은 물론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도 주요 인물로 재판과정에 여러 차례 거론된다.

하지만 '남파간첩 김영춘'은 '북파간첩 김상한'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 국정원 진실위의 판단이다. 1964년 중정이 만든 '인민혁명당 조직체계'를 보면 1962년 1월 모임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되고 1962년 5월에 월북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인물이 '김상한'이다. 1964년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변경신청서'에도 인혁당 위원장의 이름은 '김상한'으로 돼 있다. 이외 다수의 문건에서도 '김상한'과 '김영춘'을 동일인물로 판단할 만한 근거가 남아있다.

한편 1964년 8월20일 중정이 작성한 '김상한'에 대한 대북공작 상황보고는 '김상한'이 남한 정부가 북한에 보낸 '북파간첩'임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당시 중정이 북한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좌익활동 경력이 있는 인물을 물색하다 김상한을 선택하는 대목이 있다. 지명수배 중이며 생활고를 겪고 있는 김상한은 중정이 약점을 이용하기 쉬운 인물이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김상한이 1962년 5월 육군 첩보부대의 북파공작원으로 선발돼 훈련을 받은 후 1962년 7월12일 북파됐다'고 기록돼 있다. 김상한의 공작 목표는 "적(북한)으로부터 선정되어 남파되기를 요청, 남파 불가능 시는 북한에서 인물을 선정 남파"시키는 것이었다. 정씨는 "후일 정권이 '김상한'을 이용해 반정부세력을 탄압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중정은 자신들이 북한에 보낸 공작원이 인혁당을 조직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도 2010년 5월27일 김상한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북파공작 수행으로 희생된 김씨의 유족에게 2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씨는 "인혁당 사건은 처음부터 조작임이 명백한 사건인데,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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