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기관 1시장, 전통시장 가는 날]<12> 국민연금관리공단 - 잠실 새마을시장

입력 2012.09.18. 03:12 수정 2012.09.18.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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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에 1대1 노후설계.. 무표정하던 얼굴에 환한 미소

[동아일보]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왼쪽)은 "서울 초고층 아파트 숲 사이에 새마을시장 같은 정감 있는 장터가 남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라며 반가워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제공

"어머님은 노후생활과 자녀 결혼에 대비해서 현금이 더 필요하시고. 국민연금은 반드시 유지하셨으면 좋겠어요."

차근차근 진행되는 노후연금 설명에 시장 상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임직원 20여 명은 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시장으로 출동했다. 지난 2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내 연금 갖기 캠페인'과 '1기관 1시장 캠페인'을 동시에 펼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연금공단)은 주부 및 신혼부부, 노년 및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노후설계 아카데미'를 운영해 왔고,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이나 지하철역 등에서 '내 연금 갖기' 캠페인을 펼쳐 왔다.

공단 직원들이 시장을 가로지르며 "일대일로 상담해 드린다"고 외치자 새마을시장 상인들은 한걸음에 상담소로 몰려들었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평소 노후 계획에 무관심했던 이들이다.

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63)은 "국민이 제2의 인생인 노후를 잘 맞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노후 준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자도 크게 늘어 연금보험료 납부 가입자가 2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공단이 벌이는 '내 연금 갖기 캠페인'이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계기로 시민들의 노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노후 준비의 핵심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여전히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현장을 돌며 노후 보장에 초점을 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실제로 시장 상인들에게 국민연금 전산이력을 보여 주면서 노후에 필요한 자금과 현재의 현금 흐름 등 준비해야 할 것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자 상인들은 표정이 환해지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연금공단은 운용하는 자금만 364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4대 연금복지서비스 기관. 하지만 위상이나 외형보다는 국내 국민연금 가입자 2000만 명의 돈을 신중히 다루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전 직원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봉사 정신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특히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의 경기 활성화는 연금공단이 가장 신경을 쓰고 주시하는 영역이다. 연금 운용이 장기적인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서민들 생활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시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중장년층일수록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더욱 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연금공단은 '전(全) 지사 전통시장 자매결연' '내 고향 전통시장 이용 캠페인' '이달의 시장 선정' 등과 같은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에 적극 나서 왔다.

전 이사장은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노후 대책에서도 국민연금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향후 노후 설계 서비스, 장애인 활동 지원, 저소득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노후 긴급 자금 대부사업 등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 1972년 잠실 1∼5단지 세워질 때 형성… 정감 물씬 ▼

■ 송파구 새마을시장

"최고급 아파트 숲 속에 이런 정감 있는 시장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울 잠실동 신천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인 새마을시장을 처음 방문한 이들은 작은 탄성을 내지르곤 한다. 골목길 하나 사이로 1970년대 서울 영동 개발 시대의 정서와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재건축이 끝난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위용과는 대조적이다.

"1972년 잠실 1∼5단지가 세워지자 바로 이곳 잠실동에 연립주택촌을 짓고 '새내마을' 원주민이 이주하면서 시장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임재복 새마을시장상인회장은 비만 오면 물에 잠겼던 뽕밭 시절을 거쳐 잠실지구종합개발계획 이후 천지개벽한 신천 지역의 역사를 설명했다. 당시 원주민들에게 주어진 똑같은 형태의 2층 양옥 마을을 '새집동네' 혹은 '새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골목 사이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은 '새마을골목시장'이 됐다는 것.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새마을시장을 이용하는 고객 중 절대 다수는 잠실 1, 2, 3단지 56m²(약 17평) 미만의 아파트에 살던 서민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잠실과 신천 일대는 고가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한 최신식 유통업체들의 격전장으로 돌변했다. 새마을시장과 바로 이웃한 대형 상가만 14개에 달할 정도다.

"근래 들어 상인들도 위기를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인회를 조직하고 '인정시장'으로 등록하는 등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20여 상인 대부분이 건물을 임차해 장사를 하기 때문에 상인회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했을 정도로 취약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새마을시장은 공용화장실과 도로 정비, 원산지 표시 등의 시장 혁신을 추진 중이다. 생존을 위해서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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