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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받을 의사가 없다" 올해 산부인과 전문의 사상최저

이지현 기자 입력 2012. 09. 19. 16:51 수정 2012. 09.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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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배출 전문의 90명뿐.. 산부인과 총체적 위기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올해 배출 전문의 90명뿐... 산부인과 총체적 위기]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교수 A씨. 그는 벌써부터 내년 전공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보통 5월경이면 다음 연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가 미리 찾아와 눈도장을 찍는 등 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이 같은 소식을 전했더니 "배부른 소리 한다"는 핀잔만 들었다. 그 병원은 뽑아둔 전공의가 그만두고 나간 탓에 1년차 전공의가 한명도 없다고 했다. A씨는 "이러다가는 내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사상 최저가 될 것"이라고 혀를 찼다.

산부인과의 위기가 심상찮다. 온갖 수치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에는 배출된 전문의 숫자가 사상 최저인 90명을 기록했다.

전문의 전 단계인 전공의들의 기피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부터 개원의까지 총체적 위기=산부인과 위기의 조짐은 전공의, 전문의, 개원의를 가리지 않고 총체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올해 각 병원에서 필요로 했던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은 169명. 점차 줄고 있는 지원자 숫자에 따라 최근 7년 새 가장 적은 수치였지만 실제 합격한 의사는 119명에 불과했다.

내과(701명), 정신건강의학과(162명), 피부과(88명), 안과(130명) 등이 정원을 모두 채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더욱이 산부인과의 경우 중도에 포기하는 의사 역시 많았다.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지났지만 실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102명에 불과하다. 중도 포기율이 14%에 달한다.

최근 이를 채우기 위해 후기 모집을 했지만 66명 모집에 단 2명이 응시하는 데 그쳤다. 내과, 정형외과의 경우 지방 병원까지 정원을 채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처음 두 자리 수로 내려간 배출 전문의 숫자는 올해 사상 최저인 90명을 기록했다. 전공의가 4년 간 수련한 후 전문의 시험을 보는 구조를 고려하면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의사 수가 줄었다고 개원 의사들의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동네의원의 개폐업 현황을 보면 개업한 산부인과는 52곳, 폐업한 산부인과는 102곳으로 산부인과 50개가 줄었다. 전체과 중 가장 많이 줄어든 수치다. 대표적 비인기과인 외과조차 12곳이 준 것과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저출산, 정부 정책…위기 부채질=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처럼 산부인과가 총체적 위기를 맞은 이유로 시대 환경과 지원정책의 부재를 꼽았다.

저출산 등으로 애 낳는 사람의 숫자는 줄어드는 데 반해 분만비용도 낮고 정부의 정책 역시 산부인과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각종 명목 환율을 보정한 한국의 분만비용은 대학병원이 960달러, 일반 병의원이 452달러 정도다. 뉴질랜드(1295달러), 싱가포르(1594달러), 영국(1877달러) 등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새로 시작한 포괄수가제에 산부인과 수술의 85%가 포함되는 것, 과실이 없는 분만사고 보상비용을 산부인과 의사가 일부 부담토록 한 의료분쟁조정법도 산부인과의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 혹은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학회 내부 설문에 들어갔다. 젊은 여성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산부인과 전공의, 전문의 숫자 감소는 양적 변화뿐 아니라 여성의학 발전 저하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하다"며 "산부인과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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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 blue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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