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주년]LH 금일봉 사건.. 일하다 생긴 피부 트러블도 회사 책임

2012. 9.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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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사관리처에 근무 중인 서경아 씨(30·여·사진)는 지난해 2월 회사 복도를 지나다 우연히 LH 이지송 사장을 마주쳤다. 당시 서 씨는 며칠째 이어진 야근과 주말근무에 얼굴에 빨간 뾰루지가 올라온 상태였다. 이지송 사장은 꾸벅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서 씨를 불러 세웠다.

이 사장은 서 씨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서 씨는 사장에게 "최근 업무가 바빠 야근을 하는 바람에 잠을 통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 일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지인으로부터 "피부 관리를 받으면 뾰루지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었다.

LH에 따르면 서 씨는 2006년 토지공사 시절 입사해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을 하는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직원들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뒤 "회사일을 열심히 하다가 생긴 피부 트러블인데 당연히 사장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서실 직원에게 자신의 개인카드를 건네줬다. 현금을 찾아오라는 지시였다.

이 돈은 봉투에 넣어져 곧바로 여직원에게 전달됐다. 겉봉투엔 이 사장의 이름이 써있지 않았다. 단지 '피부관리' 네 글자만 적어 서 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졸지에 '금일봉'을 전달받은 서 씨는 이 사장을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사장은 "나는 돈을 준 일이 없다"며 시치미를 떼다가 이내 "열심히 피부관리를 받아서 말끔해진 얼굴로 돌아와 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날 이지송 사장이 본사 근무 여직원 10여 명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직원들 사이에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여직원 간담회에서 이 사장은 "최근 LH에도 여직원의 입사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여성에 대한 배려를 강화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출산장려 지원책을 강화하고 사내 보육시설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 사장은 이후 여직원 전용 휴게 공간 설치 등 다양한 복지후생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편 LH는 최근 인사개편을 통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급 부서장에 여성인 김선미(51) 주택디자인처장을 임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LH 관계자는 "능력만 있으면 출신과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우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여성 직원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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