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혁신 아이콘, 애플 실체는] <중> 도 넘는 횡포

김흥록기자 2012. 10.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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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아닌 아이디어까지 무차별 소송..돈먹는 특허괴물10년간 특허 4,100개 확보.. 경쟁업체 없애고 시장 독식디자인 등 노골적 무기화에 "혁신 후퇴" 美 언론도 비판한국기업 주력·미래사업 등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시급

"애플은 이제 특허괴물이 됐다(Apple is a patent Troll now)."

이런 지적은 애플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노키아 또는 애플에서 거액의 로열티 요구를 받고 있는 LG전자나 팬택 등에서 제기했을 법하지만 사실 미국의 저명한 지식재산(IP) 전문 변호사인 조 윌콕스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애플을 평가한 것이다. 그것도 최근이 아니라 일찍이 지난해 12월에 나온 말이다.

윌콕스는 베타뉴스 기명 칼럼을 통해 애플이 오스트리아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과 관련, "애플이 '특허 불리(bullyㆍ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에서 '특허괴물'로 바뀌었다"고 일갈했다.

또한 미국 정보기술(IT) 관련 유명 사이트인 기즈모도도 올 1월 '이플은 특허괴물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It is time for Apple to stop patent Trolling)'는 기사를 통해 애플의 특허전략을 비판했다.

삼성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 애플의 특허공세에 맞서고 있는데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애플을 혁신 아이콘이라고 치켜세우던 미국 매체와 전문가들이 이제 '애플과 특허괴물'을 동일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미국 언론마저 등 돌린 애플의 특허횡포

="특허 신청이 승인되지 않을 것을 알았더라도 우리는 신청을 했습니다. 적어도 다른 회사가 그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를 내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기사를 통해 애플 전직 변호사의 회고를 전했다. 무모하더라도 특허를 신청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독식하려 했던 애플 특허전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전직 변호사뿐 아니라 애플의 전직 최고법무책임자의 발언도 전했다. 낸시 하이넨 전 애플 최고법무책임자는 "잡스는 애플의 누군가가 무엇이든 꿈꿨다면 특허를 신청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라며 "실제 애플이 관련된 제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 특허를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애플의 전방위적 특허전략을 설명했다.

애플은 창사 이후 이 같은 방법으로 구축한 방대한 특허를 바탕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특허공세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애플의 특허전략이 애플 특유의 '폐쇄적 독식형 공급체인'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애플에 특허란 생태계를 독식하고 애플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은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애플의 소송은 기본적으로 아이폰을 통해 만든 스마트폰시장의 후광을 다른 사업자들이 누려서는 안 되고 애플만이 수혜 대상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검증 받으려는 것"이라며 "결국 다른 사업자들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고 인식하는 형태를 벗어난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 이면은

=현재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제조사 HTC를 시작으로 전방위적인 소송전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ㆍ노키아도 애플 소송전의 대상이다. 애플이 촉발한 모바일 특허전쟁은 급속도로 퍼져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특허전만 해도 전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에 이른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애플이 기술이 아닌 디자인과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온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애플이 후발업체의 추격을 바라보는 불편한 심경의 표출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애플의 디자인 등을 주축으로 한 시장독식형 특허전은 상당 기간에 걸쳐 준비가 이뤄졌다. 애플은 노텔의 특허인수에 앞서 지난 2005년 멀티터치 기술을 가진 핑거웍스를 인수하는 등 특허확보에 열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뻔한 변형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특허도 열번에 걸친 신청으로 결국 확보해냈다"며 "특허를 수집하기 시작한 후 10년 만에 4,100개의 특허를 축적하면서 IT 업계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이 같은 시장독식 의도는 최근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이 58%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특허괴물 록스타비드코가 최근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 로열티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록스타비드코는 무선 네트워크, 반도체, 인터넷 기술 등과 관련된 노텔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모든 전자업계가 이 회사의 사정권에 든다.

◇IT 혁신 거스르는 애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플의 특허괴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면에는 또 다른 깊은 뜻이 있다. 우선 애플의 소송남발이 전자업계의 혁신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보스턴대가 지난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전자기기의 특허가 점점 문제시되면서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은 20%까지 늘어났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조차 애플의 특허남발을 두고 "정말 싫다"고 잘라 말했던 점은 유명한 일화다.

또 애플의 특허괴물화는 구글ㆍMS 등 글로벌 거대기업의 특繩ス걷??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허괴물이 아닌 일반기업도 특허괴물과 같은 행동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계 굴지의 기업도 제2, 제3의 애플화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IP 자산운용사인 아이디어브릿지의 김홍일 사장은 "특허괴물이 득세하면서 일반기업들이 특허 비즈니스화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며 "애플의 특허괴물화도 이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애플의 소송남발 등 특허전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애플의 전략이 성공하면 다른 기업들도 애플처럼 특허괴물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특허 비즈니스 환경하에서 한국기업은 특허를 비즈니스 자산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주력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 영역과 인접 분야까지 포괄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해외 연구소와 연계하는 등 글로벌 특허 생태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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