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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구미와 통합하느니 홀로서기" 경북 칠곡군 갈등

윤시내 입력 2012. 10. 29. 15:32 수정 2012. 10. 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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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김재욱 기자 =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구미와 칠곡을 통합대상지역으로 포함, 업무를 추진함에 따라 칠곡군에 존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17년 역사의 칠곡군이 이웃의 큰 도시에 흡수되며 명칭 등 그동안의 고유색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역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현재 행정개편위가 구체적인 주민 여론 수렴에 나선 가운데 두 지역에서는 통합반대 주민과 지지 주민들이 저마다 입장을 밝히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구미에서는 반대 입장이 강하지만 아직까지는 시큰둥한 반응에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태다. 칠곡과 통합할 경우 어차피 흡수하는 쪽인 '갑'의 위치인 만큼 급할 것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선산읍 등 지난 1995년 구미시에 통합된 농촌 읍면지역에서는 극렬한 반대와 함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도농지역인 칠곡이 포함되면 농촌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칠곡군에서는 구미와 달리 찬반 여론이 공론화 되며 지역민끼리도 험한 말까지 오고가는 등 지역갈등으로 번지며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

우선 구미와 인접한 북삼읍과 석적읍 지역은 통합 찬성 분위기가 강하다. 칠곡군 전체 인구의 45%정도 비율을 차지하는 곳으로 주민의 절반 이상이 구미와 관련된 일을 하며 구미 영향권으로 분류된다.

통합 추진도 두 지역 주민들이 주도한 통합추진위의 건의서에 따라 시작됐다. 위원회가 건의를 받은 이후 주민여론조사를 한 결과는 칠곡이 63.8%, 구미가 68.3%의 찬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있고 구미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아 토박이보다는 외지에서 온 젊은 층이 많이 산다. 칠곡군 현안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한 것으로 분석되는 지역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위기감 증폭

하지만 대구생활권인 동명면, 지천면을 중심으로 한 팔공산 권 주민들은 발끈한다. 왜관읍과 약목면, 가산면, 기산면 등도 구미와의 통합보다는 대구로 흡수나 독자 시 승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대체로 동쪽지역이다. 북삼 및 석적과 달리 토박이들이 많고 연령층이 높다. 1차 산업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농업인단체와 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도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통합은 단호히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내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칠곡군도 성장잠재력이 충만하다며 통합보다는 당초 추진하던 독자적인 시 승격을 통한 발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위원회에 전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도 국회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현재 통합의 구체화로 서로간의 이해득실이 부딪히며 지역이 사분오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계속된 군수 선거에서의 반목에다 통합논의 과정에서의 지역 갈등이 첨가되며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지역끼리의 소지역주의가 심화되며 시군통합과 관계없이 120여년 역사의 칠곡군이 이리저리 찢어지며 공중 분해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나타나고 있다.

칠곡군은 1895년 대한제국 시기 처음 명칭이 나타나 9개 면을 관할하면서 왜관에 군청을 뒀다. 이후 인동면 일원이 1978년 성장이 거듭되던 구미시로 편입됐다.

1981년에는 직할시가 된 대구시에 칠곡이라는 명칭을 낳게 한 칠곡읍마저 빼앗겼다. 이후 북삼과 석적이 읍으로 승격돼 현재 3읍 5면에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인구가 12만1945명에 이른다.

지역에서는 통합문제 등이 언급되는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구와 구미라는 거대도시 블랙홀에 가까이 있는 것이 칠곡군의 숙명이니만큼 시 승격이 독자생존을 위한 최선책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부터 독자 존립을 위해 시 승격을 주요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차선책으로는 학군과 교통 등의 장점으로 대구로의 편입이 차선책으로 꼽히고 있다.

시 승격 부진은 지방자치법 상 시 승격 요건 중 인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나머지 재정자립도와 도시산업 종사자 비율은 큰 차이로 충족 조건을 넘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칠곡군은 그동안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 형태를 갖춘 지역이 있는 군'이 되기 위해 왜관과 석적읍을 통합해 5만 명 이상의 읍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진위여부 등으로 곧 흐지부지해졌다.

또 당시 지역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법을 전체 인구 12만 명 이하로 완화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마리를 잡지 못하며 구미와의 통합이라는 큰 폭탄을 맞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칠곡군은 '독립 시' 승격에 주력

대구 북구에 편입된 칠곡과 칠곡군에 대한 명칭 논란도 해묵은 과제다. 실제 타 지역사람들이 고속도로 등을 통해 군청소재지를 찾아가려면 매번 대구 칠곡과 경북 칠곡(왜관)을 헷갈려 하고 있다.

찬성 쪽인 한 주민은 "대구와의 통합에 나선 경산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지 않느냐"면서 "그걸 기다리느니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구미와의 통합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대쪽 입장인 한 주민은 "구미시와 선산군이 통합한 뒤 선산의 행정등급이 낮아지고 예산집행 등에서 밀리며 인구 유출과 함께 경기 침체까지 심각한데 왜 통합을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특히 "구미와 선산은 문화적, 역사적 동질성이라도 있지 구미와 칠곡은 그런 같은 배경이 거의 없는데 인위적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면 주민불편 등 부작용이 엄청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공무원도 사견을 전제로 "서명제출 주민의 80% 이상이 북삼, 석적 쪽이다. 일부 주민이 전체 민심을 대변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특히 군의회의 견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칠곡군의 공식입장은 시 승격이 우선이다. 시 승격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예산증가 등으로 인프라 구축이 용이해지며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합시군 논의에 포함으로 칠곡군이 몇 배 큰 구미에 통합된다면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잃는 것이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체성 상실을 가장 걱정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공단 조성 및 아파트 입주와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계속된 인구유입으로 행정인력이 부족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 승격만이 현재로선 행정 재정적으로 유일한 해결방안이라고 본다. 시군통합은 부작용이 크게 우려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독자적인 시 승격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행정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편위가 내년 6월께 주민투표 등 의견을 물어 통합을 마무리하며 2014년 지방선거부터 통합 지자체를 출범한다는 계획에 있는 만큼 2013년까지는 칠곡 주민들 간의 갈등은 계속 될 전망이다.

jukim@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00호(10월30~11월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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