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외친다.. 세상은 왜, 여성 편만 드는가
'조국과 가족, 균형을 말합니다.'
30일 여의도 한 고층빌딩의 13층 사무실. 한쪽 벽에 내걸린 커다란 플래카드 맨 앞에 고딕 글씨가 선명하다. '남성연대'.
고향이 대구인 성재기(45) 상임대표는 1년 8개월째 주말부부다. 그가 자비로 시작한 이 단체의 목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 계획에 '여성부 폐지'가 들어가는 날 고향에 내려갈 겁니다. 그걸로 제 상징적인 역할은 끝나니까요."
◇
누군가는 목소리 내야
그는 각종 '남성 차별'에 대한 법정투쟁, 광고불매운동까지 벌인다. 영화 '너는 펫'이 남성을 비하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한 음료회사가 '날은 더운데 남친은 차도 없네'라는 광고 카피에 항의, 결국 광고를 철회시켰다.
지난 7월 7일 제천여성도서관 항의시위는 온라인에서 화제였다. "도서관 측은 세계 유일 여성도서관이라며 자랑하지만 왜 같이 세금을 내고 여성만 이용하고 남자는 버스 타고 다른 곳을 전전해야 합니까." 그는 "이제는 여자들이 남자들 형편을 돌아봐야 한다"며 "북유럽 전문가들은 남녀평등이란 말 대신 인간평등이라고 한다. 우리 여성계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돈키호테' 심지어 '똘아이' 같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남성 중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일 뿐이다. 산하 온라인 카페가 10여개에 회원들이 8만3000여명이 넘고 여성도 있다"고 했다. 사실 '남성연대'는 우리 사회 남성을 대표한다기보다 하나의 징후이자 단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추락하는 남성'이다.
◇'남성 기 살리기 캠페인'까지
공교롭게도 하루 전날 여성단체인 '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는 '남편&아버지 기 살리기 홍보대사' 클럽 창립 총회를 가졌다. 김용숙(60) 대표는 "여성 파워가 너무 커지는 과정에서 남편들이나 남성들 입지가 너무 좁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성이 권리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런 '추락하는 남성'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은 아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호황기에는 용인됐던 여성 운동이 경제 불황기 접어들면서 생기는 일종의 역작용"이라고 했다. "서구 경우 1960~80년대까지는 경기가 활황이어서 여성도 노동시장 진출이 늘고 임금격차도 줄일 수 있었다. 반면 불황기에 접어들며 복지 혜택이 줄고 실업이 늘면서 남성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 국가와 사회의 완충 역할이 줄어들면서 남녀의 집단 갈등 문제로 변질된 것"이라고 했다.
여성계는 '여성 우위'나 '남녀 역전'을 말하기에는 현실이 여성에게 여전히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53% 수준. 해방 직후부터 지난 60년간 큰 변화가 없다. 임금 격차도 남성 100 기준으로 여성은 61.8로 OECD 국가 중 격차가 가장 크다. 그럼에도 '남성 쇠락'과 이에 반발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옥이 '남성의 전화' 소장은 "특히 퇴직자 남성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며 "그로 인한 부부 갈등 상담 건수도 최근 연간 10%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남성 퇴화, 자연스러운 결과… 후기산업사회엔 여성이 유리"
미국에서는 아예 '남자의 종말'(The End of Men·민음인)이란 파격적인 제목을 단 책이 나왔다. 여성 저널리스트인 해나 로진은 "사상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추월하면서 2000년 남성 우위의 역사는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사에서 처음으로 직장 노동력의 남녀성비 균형이 여성 쪽으로 기울었고, 영국 등 다른 몇몇 나라도 1년 후 비슷한 '임계점'에 도달할 거란 전망이다.
과거 남성은 주로 근육에 의존했지만 후기산업사회 경제는 다르다는 것. 사회 지능이나 개방적 의사소통, 조용히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등 여성적 특성이 유리하다. 남성은 점차 일터와 가정에서 퇴출당하면서 여성이 결정권을 쥐는 신형 모계제로 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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