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41%가 빈 택시, 밤엔 1만대 급감 '승차전쟁'
법인택시 기사인 '나기사'씨(가명)는 요즘 하루의 절반을 빈 차로 운행한다. 그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434㎞. 이 중 41%인 176㎞는 손님을 찾지 못하고 허탕을 치느라 기름값만 낭비하는 거리다. 어쩌다 타는 사람도 대부분 택시요금이 6000원을 넘지 않는 단거리 손님이다. 장거리는 요금이 부담되는지, 근처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에 세워달라는 손님이 늘어났다.
'김승객'씨(가명)는 지난 금요일 새벽, 홍대 앞에서 벌였던 택시잡기 전쟁을 떠올리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밤12시30분쯤 집에 가기 위해 나왔더니 이미 도로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두 시간 넘게 기다리다 애써 잡은 빈 차는 목적지를 듣더니 장거리 손님이 아니라며 승차를 거부했다. 조만간 줄줄이 닥쳐올 연말 송년회 모임을 생각하니 늦은 귀갓길이 벌써부터 두렵다.
서울시는 2011년 한 해 동안 서울 법인택시 운행기록계·카드결제기 등 총 326만여개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서울시민 택시이용 특성'을 6일 발표했다. 택시는 낮에 손님이 없어 하루의 절반을 빈 차로 다니고, 승객은 밤에 택시가 없어 택시잡기 전쟁을 벌이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출근시간인 오전 6시30분~9시30분과 귀가시간대인 오후 8시~새벽 2시로, 시간당 택시 수요가 2만5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밤 12시30분을 전후한 심야시간대의 택시전쟁은 대중교통이 끊기면서 택시 수요는 급증하는 데 반해 택시 운행대수는 낮보다 1만대가량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술 취한 승객을 피하려는 택시기사와 나이 많은 택시기사가 늘어나면서 심야운행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택시 승차거부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곳은 홍대입구역이었고 강남역 사거리, 종로, 신촌 등 심야 택시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순서로 많았다.
빈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밤과 달리, 낮시간대 택시들은 주행거리의 절반을 빈 차로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들은 하루 평균 434㎞를 달리는데 이 중 176㎞는 빈차 운행 구간이었다. 승객 한 명의 평균 탑승거리는 5.4㎞로 단거리 통행이 많았고, 평균 요금은 6000원 수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이용객이 주로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면서 택시의 이동범위도 자치구 내에서만 이뤄지는 특성이 두드러졌다"며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환승 교통수단으로 택시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만성적인 심야시간 택시전쟁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전용 택시' 도입 여부를 놓고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오후 9시~다음날 오전 9시까지 운행하는 심야전용 택시는 현재 시행 중인 개인택시 3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심야전용 택시가 도입되면 심야시간 개인택시 운행대수가 5000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이번 분석결과를 택시 수급 불균형과 종사자 처우개선, 업계 경영지원 정책 수립 등에 활용하는 한편 곧 발표될 '연말 승차거부 근절대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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