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100편 이상 봤죠 .. 한국의 저력 부러울 뿐

최민우 입력 2012.11.22. 00:12 수정 2012.11.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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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한국뮤지컬 전용극장 차린 오사토 요키치 '아뮤즈' 회장왜 한국뮤지컬인가외국 작품만 올리는 일본 공연계, 한국 작품 보고 자극 받아야

오사토 요키치 아뮤즈 그룹 회장은 한국 젊은 뮤지컬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배우 조승우 얘기가 나오자 "최고, 최고"라는 말을 연발했다. [최민우 기자]

"일본 언제 오셨죠? 전 한국에 있다 어제 들어왔어요. 이번에 가서 '황태자 루돌프' 봤고요, '트레이스 유'도 봤습니다. '밀당의 탄생'도 재미있더군요."

 첫 인사에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한국의 뮤지컬 마니아도 이 정도 볼까 싶었다. 한국 실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옥주현(左), 조승우(右) 오사토 요키치(大里洋吉·66) 회장. 일본 최정상급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사인 '아뮤즈 그룹'의 창립자다. 소속 연예인만 300명이 넘는다. 당연히 영향력이 막강할 터. 한국에 비유하자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을 떠올리면 된다. 일본 대중문화계 실력자인 그가 한국 뮤지컬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도쿄 핵심부 롯폰기에 900석짜리 공연장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를 내년 4월 개장하는데, 개관작이 일본 뮤지컬이 아닌, 한국 뮤지컬이다. 이후 연말까지 7편의 한국 창작 뮤지컬을 연이어 올린다. 작품 선정도 오사토 회장이 직접 했다.

 오사토 회장은 왜 한국 뮤지컬에 이토록 빠져든 걸까. 20일 일본 도쿄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나.

 "음악 프로듀서 김창환씨와 친했다. 클론이 한창 활동하던 1990년대 중반 처음 한국에 갔다. 그때 이수만씨도 소개받았다. 당시 일본에선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음악시장을 주도했는데, 한국은 생소한 문화였다. 교류가 많아졌고, 나 역시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특히 대학로가 충격적이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 -어떤 점이 놀라웠나.

 "내가 처음 갔을 때도 50~60개 극장이 있었다. 지금은 100개가 넘는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공연장이 밀집된 지역이 전세계적으로 어디 있는가. 극장과 극단이 연계돼 있고, 실험극·상업극·정통극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올라가고, 그곳에서 꿈을 키우려는 젊은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허브이자, 한국 공연의 밑바탕이다. 내 궁극적 꿈은 일본에 대학로와 같은 공간을 만드는 거다.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을 올리는 게 그 출발점이다. 제작 총괄은 한국 파트너인 CJ E & M이 맡는다."

 -왜 일본 이 아닌, 한국 뮤지컬인가

 "한국에 비해 일본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세 배가 넘는다. 하지만 90%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어디 내세울 만한 일본 창작이 없다. 한국 뮤지컬을 보고, 일본 창작자들이 자극을 받길 원한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강점이라면.

 "뮤지컬이 뭔지 알고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노래가 나오면 좋을 거 같은 타이밍에 딱 노래가 나온다. 그건 교육의 힘이다. 한국은 돈을 벌려는 제작시스템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반면 일본엔 제대로 된 연극학과나 뮤지컬학과가 거의 없다."

 오사토 회장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일본에서도 언론 노출을 극도로 피한다. "아티스트가 돋보여야 한다. 우린 뒤에서 지원만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자 그는 거침이 없었다. 일본인 특유의 조심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명쾌하면서 유쾌했다.

 특히 옥주현 얘기가 나올 땐 들뜬 아이마냥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얼굴도 예쁜데 어쩜 그렇게 표현력이 좋나. 아시아 최고 여배우다. 만나고 싶지만 일부러 피하고 있다. 직접 보면 나도 모르게 사인해 달라고 할 것 같아서다. 명색이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인데, 그건 너무 폼 안 난다."

 -2000년에 영화 '쉬리'를 수입했다.

 "한국 영화를 일본에 처음 소개했다. '쉬리'는 크게 히트했고, 이후 'JSA 공동경비구역'이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 붐이 불었다. 대단한 영화들이다. 슬픈데 재미있다. 어려운 소재에 투자를 하고, 제작하고, 관객이 드는 한국 시스템이 놀랍다. 일본이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일본이 따라가다니, 대중문화는 일본이 앞서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도쿄에서 차승원 주연의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이 공연 중이다. 객석이 꽉 찬다. 그런데 대부분 관객은 일본 최장기 아이돌 그룹 SMAP 멤버인 구사나기 쓰요시(草 < 5F45 > 剛)를 보러 가는 거다. 일본 관객이 진짜 연극의 깊이를 알까. 모를 거다. 그저 어렴풋이 우정 정도로 알 거다. 한국인들은 아니다. 한일간 미묘하면서 복잡하고 아픈 상흔을 가슴에 새기면서 볼 거다. 그 차이다. 한국 대중문화엔 일본인이 모르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굴곡진 역사가 서려있다. 그 상처를 드라마로 승화시킬 뿐만 아니라 흥미롭게 풀어내는 영민함이 있다. 그게 저력이다."

 -한국에 자주 오는가.

 "지금껏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만 100편 넘게 봤다. 올 하반기에도 4번 갔다. 한국이 영국 웨스트엔드처럼 작품을 만들면, 일본이 미국 브로드웨이처럼 시장이 되는 모델이 구축되면 어떨까 싶다. 한국 갈 때마다 객석 앞쪽을 차지하고 있는, '보고 또 보는' 관객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한국 뮤지컬이 이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관객의 지극한 애정 덕분이다."

◆아뮤즈 그룹=1978년 오사토 회장이 창립했다. 매니지먼트로 출발해 현재는 영화·콘서트·음반·CF·모델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 국민 록밴드 사잔 올 스타즈(Southern All Stars), 일본의 존 레넌 구와타 게이스케, 톱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사토 다케루·우에노 쥬리 등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 대지진 때는 소속 연예인 50명이 '팀 아뮤즈'를 결성해 음반을 내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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