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현악기·신발 .. 광주 신창동은 '고대사 타임캡슐'

이영희 2012. 12. 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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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물관 25일부터 특별전

'마한은 서쪽에 위치하였다. 백성은 토착생활을 하고 곡식을 심으며 누에치기와 뽕나무 가꿀 줄을 알고 면포를 만들었다.(馬韓在西 其民土著 種植 知蠶桑 作綿布)'

 중국 진(晋)나라의 진수(陳壽·233∼297)가 쓴 『삼국지』의 '동이전'에는 삼한시대 한반도 사람들이 누에를 키우고 비단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을 뒷받침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비단 조각이 발견됐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은 사적 제375호 광주광역시 신창동 유적의 저습지에서 지난 1997년 출토된 천 조각이 현재까지 발견된 비단 중 가장 오래된 기원전 1세기 경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박물관 측은 너비 2㎝, 길이 3㎝의 이 천조각을 주사전자현미경(SEM) 등의 장비를 이용해 정밀 조사했다.

조사 결과 꼬임이 많은 강연사(强撚絲)를 사용해 평직(平織)으로 짠 뒤 후처리인 정련(精練) 과정을 거쳐 직물의 표면을 미세하고 부드럽게 만든 견직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직물을 분석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 박승원 연구사는 "충남 천안 용원리 백제유적이나 무령왕릉 등에서 출토된 비단에 비해 수세기 앞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복식사를 바꿀만한 중요한 발견"이라고 평했다.

 ◆현악기와 신발골도 나와

1992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는 삼한시대의 실생활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동이전'에 나타난 삼한인들의 의복이나 가무 등에 대한 기록을 증명하는 유물도 상당수다.

 '동이전'에는 삼한인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俗喜歌舞飮酒)'는 기록과 함께 다양한 악기를 사용했다고 적혀 있다. 신창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는 악기로 쓰였던 청동방울과 현악기·북 등이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것들 중 가장 오래된 이 현악기는 가야금과 거문고의 초기 형태로 신라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인형)가 들고 있는 가야금의 모양과 유사하다.

 '베로 만든 도포를 입고 발에는 가죽신을 신고 다닌다(衣布袍 足履革)'는 기록을 뒷받침하는 신발골도 출토된 바 있다.

신창동 출토 신발골은 앞과 뒤가 약간씩 들려 있어 신코만 솟아 있는 짚신의 신발골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발등에서 신코 부분으로 이어지는 경사로 볼 때 가죽신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의 보물창고

'동이전'의 기록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유물도 있다. 신창동 유적에서는 바퀴통과 바퀴살, 바퀴축 등 마차와 수레 등과 관련이 있는 부속품이 대거 출토됐다.

 '동이전'에는 삼한인들이 '소와 말을 탈 줄 모르기 때문에 소와 말은 모두 장례용으로 써버린다(不知乘牛馬, 牛馬盡於送死)'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말이 끄는 수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퀴 등이 발견되면서 이 기록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삼한시대 유물의 보고인 광주 신창동 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20년. 국립광주박물관은 25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시 '2000년 전의 타임캡슐'을 연다.

'동이전'을 증명하는 각종 유물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기와 칠기, 벼 껍질 등이 소개된다. 무료. 062-570-7000.

◆동이전=중국 진(晋)의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의 일부. 위(魏)·촉(蜀)·오(吳)의 삼국 중 '위'국에 관한 내용 속에 '동이전(東夷傳)'이 들어 있다. 동이는 예전 중국에서 한국을 가리키던 말이다. 한민족의 고대 생활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으로 당시 제천의식·가무등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영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misqu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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