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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마차말, 지금 뭘할까?

입력 2012.12.15. 03:10 수정 2012.12.1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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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필중 2필은 아사-도축, 나머지도 방치.. '동물보호 방법' 논란

[동아일보]

올해 5월까지 서울 청계천 주변에서 운행된 관광마차의 모습.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일자 운행이 금지됐다. 동아일보DB

'그때 그 말들은 지금 다 어디 갔을까?'

2007년 5월 등장한 뒤 서울 청계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청계천 마차'. 관람객을 태우고 청계천변을 달리는 이 마차는 도심의 관광 명물로 떠올랐지만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찍을 맞으며 500kg짜리 마차에 서너 사람을 태운 채 자동차들 틈을 헤집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말의 고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올해 5월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표면적으론 교통 혼잡을 줄인다는 이유를 댔지만 '동물 학대'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을 다니던 말 16필 중 8필은 강원 인제군의 한 목장에서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2필은 전북의 한 야산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천에 묶인 채 지내고 있다. 마사(馬舍)를 지을 돈이 없다는 이유다. 나머지 6필 중 1필은 주인이 건초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건초를 주지 않아 올가을 영양실조로 죽었다. 1필은 도축업자에게 팔렸다. 4필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 청계천 관광마차를 끌던 말 '금돌이'가 강원 인제군 북면의 한 목장에서 풀을 찾아 눈밭을 파헤치고 있다. 마부 민모 씨 제공

청계천에서 말 10마리를 가지고 마차를 운행했던 마주 민모 씨(62)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이가 없어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드는 건초와 사료비를 제대로 대지 못한다"며 "이대로라면 남은 말도 굶어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땅히 말을 팔 곳도 없다고 민 씨는 주장한다. 마차용 말은 끈기 있고 성격이 순해 힘쓰기에는 제격이지만 민첩성이 떨어져 경주마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승마용 말로 팔기엔 너무 비싸게 구입했기 때문에 팔기 아깝다고 한다.

마부들은 말은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목장에 묶여만 있으니 오히려 학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계천에서 마차 2대를 운행했던 정모 씨(33)는 "청계천 말은 평일엔 5시간, 주말엔 7시간가량 마차를 끌고 이틀에 한 번꼴로 쉬게 해줬다"며 "운행 도중엔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말처럼) 혹사시켰다는 건 오해"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먹이도 제대로 못 먹으며 매연 속에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 편자가 심하게 닳고 피로가 빨리 누적되며, 매일 트럭에 실려 목장과 도심을 왕복하는 것도 말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제때 먹거나 쉬지 못하고 분뇨 주머니를 찬 채 오가는 모습이 시민들의 동물보호 감수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청계천 말들은 안타깝지만 관광마차를 없애 마차용 말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쪽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마부의 시각도, 동물보호만 외칠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말을 사실상 쓸모없는 처지가 되게 만든 동물보호단체도 한 부분만 보고 있다는 것. 말이 달리기 좋은 공원 내에 한해 적절한 휴식과 사육환경이 보장된 상태에서 관광마차를 운행하면 마부의 영업권과 동물복지 양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조길재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말이 혹사당하지 않도록 당국이 감독하는 가운데 차량 통행이 적은 공원 등에서 마차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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