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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세 무상보육] 종일제-반일제 지원액 같아.. '맞벌이 자녀 역차별' 우려

입력 2013. 01. 02. 19:30 수정 2013. 01. 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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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육대란을 불러왔던 '0∼2세 무상보육'이 해를 넘기는 논란 끝에 올 3월 0∼5세로 확대 시행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국가가 아이 양육을 책임진다'는 원론에 반대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부모의 고용 형태와 계층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지원 방안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0∼5세 무상보육'이 풀어야 할 첫 숙제로 '맞벌이 역차별'을 지적했다.

◇맞벌이는 손해 보는 제도?=새해 예산안대로 하자면 종일제(오전 7시∼오후 7시)·반일제(오전 7시∼오후 3시)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길 경우 12시간 종일반과 8시간 반일반 서비스 중 어느 것을 이용하든 정부의 지원액은 75만5000원(시설지원금 36만1000원+부모바우처 39만4000원)으로 동일하다. 당연히 보육시설 입장에서는 절반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정부로부터 두 배 지원금을 받는 반일제 원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통상 종일제를 맞벌이, 반일제를 외벌이 가정에서 이용한다고 간주했을 때 외벌이 자녀가 '우대'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부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시설장 입장에서 반일제 아이들이 많으면 더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 문제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일제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에 낭비되는 문제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반일제 지원액을 깎으면 된다. 반일만 이용할 경우 바우처의 일부만 시설에 결제하고 남는 포인트는 자동 소멸시키면 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그런 방안을 포함해 반일제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실장도 "현재 어린이집은 반일제 원생을 이유로 보육교사 월급을 깎을 수도, 파트타임 교사를 채용할 수도 없는 구조"라며 "시간제 등 다양한 보육서비스 없이 획일화된 지원만 있는 현 상황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벌이 가정 자녀가 쏟아져 나오면서 맞벌이 자녀가 입소 순위에서 밀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난해 3월 무상보육이 시작된 뒤 보육시설 이용 0∼2세 영아 수는 19만명에서 한 달 만에 32만명으로 13만명이나 늘어났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어린이집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진짜 무상보육이 되려면=현재 보육료 지원 정책은 '부모가 지갑을 열 일이 없다'는 의미의 진짜 무상보육은 아니다. 국가가 보육료 전액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시설을 이용하려면 부모들이 별도의 경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 결과, 부모들은 월 평균 9만4256원(민간 어린이집 기준)의 특별활동비를 내고 있었다. 정부의 야심 찬 0∼5세 무상보육안이 실시되더라도 특별활동비가 인상되면 부모들의 부담은 과거와 동일할 수 있다.

경실련 남은경 팀장은 "보육료만 일괄 지원한 채 특별활동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면 결국 부모들은 예전과 비슷한 액수의 돈을 보육료가 아닌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낼 가능성이 크다"며 "특별활동비를 관리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무상보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민간어린이집의 공급을 조절하는 것도 시급하다. 올 한 해 정부가 0∼2세 보육료로 푸는 돈은 무려 2조6000억원. 보조금 풍년을 맞는 민간보육시장은 올해 신규 진입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0∼2세 무상보육이 시작된 지난해 이미 민간어린이집 1500개가 새로 생겼다. 육아정책연구소 문무경 연구위원은 "진입장벽이 낮은 민간어린이집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지역별로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등 공급을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중산층 부모들이 걱정하는 건 보육료 자체보다 '질 좋고 안전한 보육 서비스'이다. 지난해 도입된 5세 누리과정이 3∼4세로 확대되면서 올해부터 3∼5세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느 곳을 다니든 무료로 동일한 과정을 밟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만 같을 뿐,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시설 및 교사처우 등에서 여전히 수준차가 크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 초봉은 135만원으로, 국공립 유치원 교사 초봉 200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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