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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 한끼 밥값 1,500원

남승모 기자 입력 2013. 01. 03. 09:27 수정 2013. 01. 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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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둔 지난해,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흐름임을 강조했다. 주민투표에 붙였을 만큼 한때 찬반 논쟁이 격렬했던 무상 급식을 포함해 무상 보육을 여야가 한 목소리를 약속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반대나 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여야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4천359억원, 가정양육수당 지원사업에 2천538억원 등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을 6천897억원 증액했다. 이에 따라 보육료는 0세에서 5세까지 아동에 대해 보육시설 실비 수준인 30만원 안팎에서 지급되게 됐다.

소득 계층에 따라 차등 지급되던 양육수당도 전체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아동 연령에 따라 10만∼20만원씩 지원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보육료는 0세에서 2세까지 영유아에게, 양육수당은 차상위계층(소득하위 15%)에 한정해 0세에서 2세까지 영유아에게만 각각 지원돼왔다.

◈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 한끼 밥값 1,500원하지만 여야는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작 지원이 절실한 보육원 아이들의 한끼 식비는 1,500원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400원에서 고작 100원 올린 것이다. 사실상 물가 상승률 정도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보육원에는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맡겨진다. 보편적 복지의 시대가 왔지만 선거 때 '표'가 될 부모가 없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추가로 돌아갈 예산은 없었다.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 보육원 아이들은 여전히 곯은 배를 움켜줘야 하는 형편이다.

◈ '한끼 밥값' 3,500원 VS 1,500원

보건복지부가 권고하고 있는 아동의 한끼 식비는 3,500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도 3,500원 이상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유독 보육원 아이들은 한끼 밥값이 이들의 절반도 안되는 1,500원이 고작이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동 복지 차원의 정책이 적용되지만 보육원 아이들에게는 빈곤계층 지원에 기반을 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빈곤 정책인 기초생활수급제에 따라 보육원 아이들에게는 최소한의 식비만 지원된다.

정치권이 표가 되는 유권자들을 향해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사이, '보편'에 끼지 못한 보육원 아이들의 식비 현실화 운동을 벌인 건 아름다운 재단 같은 민간 분야였다. 아름다운 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모금운동을 벌여 약 2억 1,500만원을 모았다.

1만 6천여명의 보육원 아이들의 식비를 3,000원으로 인상하는 데 드는 예산은 한 해 300억원이 채 안된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 보편적 복지의 조건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최고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각종 보육과 교육관련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고 추진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우선 순위를 놓고 봤을 때 국가의 보살핌이 시급한 건 돌봄의 손길이 절실한 보육원 아이들이다.

정치권이 이들을 외면한다면, 선거철 어린 자녀를 갖고 있는 2,30대 유권자들의 표를 사기 위해 영유아 무상 보육과 무상 급식을 들고 나온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면서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솔직히 무상 보육으로 지급되는 수십 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중산층 가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돈이 지급된다고 해서 '정말 아이들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 주는구나'라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소수의 삶'에 '전부'가 될 수 있는 정책이 '다수의 삶'에 '일부 보탬'이 되는 정책에 밀려선 곤란하다. 이는 정치권이 추구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의 의미와도 맞지 않을 것이다. 어떤 환경에 있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 모두의 책무다.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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