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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열명 중 넷 '삼포세대'.. 돈 없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

입력 2013. 01. 07. 18:48 수정 2013. 01. 0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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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영업직인 신모(33)씨는 올해로 여자친구와 사귄 지 3년째다. 혼기가 찼지만 그에게 결혼은 먼 이야기다. 신씨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매달 부모님께 100만원 가까운 생활비를 보태야 하고, 취업 준비하는 동생에게 용돈도 줘야 한다"며 "월세에 생활비를 빼면 한 달에 30만원도 모으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 자금을 모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2년 전 결혼한 강모(29·여)씨는 얼마 전 친구 아이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강씨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지금 형편에 육아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당분간 포기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결혼할 때 생긴 전세자금대출 1억여원과 아직 남아있는 내 학자금 대출을 빼면, 매달 허리띠 졸라매고 숨만 쉬고 살아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20∼30대, 이른바 '삼포(三抛)세대'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2192명을 대상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중 포기한 게 있느냐'는 설문에 42.3%가 '그렇다'고 답했다. 포기한 것으로는 '결혼'이 51.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연애'(49.1%), '출산'(39.6%)이 뒤이었다.

7일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30대 남녀 3만7000명 중 48.1%가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젊은층이 스스로 가족구성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 것이다. 평균 초혼 연령도 1997년 남성이 28.6세, 여성은 25.7세였지만 2011년엔 각각 31.9세, 29.1세로 늦춰졌다. 출산율은 2012년 기준 1.23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고용률이 43개월 만에 최저치인 57%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백수에게 연애는 금기어"라며 "여자친구 맘에 드는 옷 한 벌 사주기 어렵고, 내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다툼이 잦아져 번번이 헤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취업난은 심각하고, 가까스로 취직해 뒤늦게 결혼을 하려고 해도 혼수나 집값, 육아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이 상황에서 20∼30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자발적인 싱글이 늘수록 출산도 요원해지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국가 재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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