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TV조선 폭행 장면 과다노출로 '중징계'

2013. 1. 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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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선정적 방송"…'관계자 징계 및 경고' 결정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MBN의 < 추적 사각지대 > 와 TV조선 < 황상민 교수의 가족 두개의 문 > 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가정폭력의 실태를 고발하자는 취지의 이들 방송은 아들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 올랐다.

(관련기사: < '막가는' 종편… "엽기적 내용으로 호기심 끌어" >)

방통심의위는 1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두 방송을 비롯한 안건에 대한 징계를 심의, 의결했다. 지난달 2일 방송된 MBN의 < 추적 사각지대 >는 택시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들의 모습을 전체 방송시간 49분 중 약 19분간 방송했다. MBN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폭행 장면을 방송했다.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내뱉은 욕설은 묵음으로 처리했다.

문제가 되는 장면을 10여분 간 시청한 뒤, 심의위원들은 중징계 의견을 냈다. 권혁부 위원은 "저런 장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줘서 얻어지는 효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최근 종편을 중심으로 이런 아젠다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2일 방송된 MBN < 추적 사각지대 >

장낙인 위원도 "이런 방송을 그냥 놔두면 종편에 아마 상당히 많은 (비슷한) 방송이 생겨날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제작취지가 문제해결과 심리치료라고는 하지만 저런 식으로 (폭행 장면을) 다 보여줘야 하느냐"며 "(폭행 장면은)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고 심리치료 내용을 보여주는 게 시청자들에게도 훨씬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희 위원은 "방송사의 동기를 감안하면 과징금보다 한 단계 낮춘 징계가 필요하다"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엄광석 위원도 "마음으로는 과징금에 가깝다"면서도 "방송사에서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고 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최찬묵 위원도 "내용으로 봐서는 중한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최고수준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반면 김택곤 위원은 "잔혹한 장면을 내보낸 데 대해서는 응분의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우리사회에 중요한 아젠다를 제시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박경신 위원은 "고발의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폭력행위) 노출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상황을 고발하는 공익성이 있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박만 위원장도 "과징금을 부과해도 괜찮을 사안"이라면서도 "차후에 재발이 되면 과징금을 하더라도 이번에 한해서는 한 단계 낮추자"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경고' 의견을 냈던 구종상 위원이 같은 의견에 합의함에 따라, MBN은 최고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받게 됐다. 종편에 과징금이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지난해 11월19일 방송된 TV조선 < 황상민 교수의 가족 두 개의 문 >

이어 TV조선의 < 황상민 교수의 가족 두개의 문 > 에 대해서도 MBN과 같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 결정이 내려졌다. TV조선은 지난해 11월19일 방송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겪은 상처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13세 소년의 사연을 방송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역시 폭행 장면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권혁부 위원은 "종편이 신생시장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니까 무리수를 둔 프로그램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장낙인 위원도 "왜 이걸(폭력 장면을) 보여줬을까 생각하면 그야말로 가장 선정적 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선정성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볼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해결'을 구실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MBN은 해당 프로그램을 "폭력과 학대,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우리시대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TV조선도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 해결법을 찾는 가족심리솔루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의 '막말' 논란을 보도한 MBC < 뉴스데스크 >에 대해 '권고'가 결정됐다. 해당 안건은 지난 전체회의에서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보류된 바 있다. 해당 방송은 공정성(방송심의규정 제9조)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그밖에 무속인을 출연시켜 '비과학적 내용'을 방송한 TV조선 < 스토리잡스 >에는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주식전문가 정아무개씨를 출연시키면서 정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정씨의 저서를 지속적으로 노출해 간접광고 효과를 준 이데일리TV < 시장을 즐겨라! 증시와 樂 1·2부 > (2012년 11월3일 방송)에 대해서는 최고수준의 제재인 '과징금'(2000만원)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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