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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10년간 1562명.. "주변엔 범죄자 낙인찍혔는데"

입력 2013. 01. 20. 19:57 수정 2013. 01. 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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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구속수사로 옥살이를 하다 무혐의로 풀려난 사람이 최근 10년간 1562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누명을 쓰고 구금된 사람에게 국가가 보상해준 사례는 214명에 그쳤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A씨(29)는 지난해 8월 16일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긴급 체포됐다. 모텔에 함께 투숙한 피해자의 반지와 금발찌 등을 훔쳤다는 게 혐의였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피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A씨는 23일간 구치소에 수감돼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금발찌를 지니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왔다. 서울남부지검은 그해 10월 5일 A씨를 '혐의 없음' 처분하고 피해자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남부지검은 한 달 뒤인 11월 22일 피의자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보상을 결정했다. 23일간 구금된 대가로 A씨는 421만원을 손에 쥐었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절도범으로 낙인이 찍힌 뒤였다.

지난해 12월 진주지검이 보상을 결정한 B씨(48)의 사례는 황당한 수사 현실을 보여준다. B씨는 2011년 4월 5일 경남 진주에서 강도상해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이튿날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7명을 세워 목격자에게 범인을 지목하게 했다. 하지만 경찰은 식별절차 전에 목격자에게 "전과가 많은 사람"이라며 B씨의 사진 여러 장을 미리 보여줬다. 검찰 조사 결과 경찰은 현장의 족적과 일치하는 신발이나 흉기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B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이후 알리바이를 입증해 그해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고등학생을 21일이나 가둔 사례도 있었다. C군(17)은 2011년 3월 부산 해운대의 한 찜질방에서 손님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구속됐다. 범인들이 C군을 공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C군은 "범죄 발생 당시 PC방에서 함께 일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로 겨우 누명을 벗었다.

대검에 따르면 2002년부터 10년간 경찰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인 뒤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피의자는 1501명(긴급체포 제외)에 달했다. 검찰이 직접 구속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한 피의자도 61명이었다. 그러나 구속 피의자에게 국가가 보상한 사례는 214명(3억3958만원)에 불과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나중에 증거 부족 등으로 무혐의 처리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피의자 보상은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돼 받는 형사보상금과 달리 기소 전 억울한 구금에 대한 피해 보상이다. 무혐의 처분된 피의자는 관할 검찰청에 보상을 청구하면 된다. 피의자보상금은 구속일수에 그해 최저임금 일급의 5배까지 지급할 수 있다. 지난해 구속 1일 보상금 상한선은 19만4400원이었다.

민변 소속 김남주 변호사는 "한번 억울하게 구속되면 무혐의 결정을 받아도 오랫동안 범죄자란 낙인에 시달리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며 "몇 푼 보상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철저한 책임추궁 및 별도 피해회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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