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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시청률 반토막.. MBC '무한 굴욕'

입력 2013. 01. 25. 03:31 수정 2013. 01. 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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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사장-노조 무한갈등.. 추락하는 MBC

[동아일보]

#장면 1. "김 사장님 돌아갔습니다."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MBC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새해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60)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사장이 없는 회의에선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며 돌아가버린 것. 이에 앞서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몸이 아프다"며 불출석했다. 한 이사는 "관례에 따라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가 회의를 주재했는데도 아무 말 없이 불참한 것은 방문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흥분했다. 이사회는 24일 "불출석을 경고한다.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장면 2. "문제 있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18일 오전 방영된 '뉴스투데이' 앵커는 황급히 이렇게 밝혔다. 이날 눈꽃축제를 전하는 도중 현장 소리가 나오지 않는 방송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2일엔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방송 도중 5초간 화면이 검게 변하는 '블랙아웃' 사고가 났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화면이 흔들리고 음향이 끊어졌다.

이런 장면들이 MBC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사장과 노조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뉴스 시청률 하락 △예능 프로그램 하향세 △광고 매출 감소 등 MBC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 MBC의 추락… 어디까지

실제 MBC 연평균 시청률은 2009년 6.04%에서 김 사장이 취임한 2010년 5.81%, 2011년 5.79%, 2012년 4.70%(AGB닐슨 전국 기준)로 계속 하락했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거의 몰락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데스크 월평균 시청률은 2011년까지는 8.7∼10.4%를 유지하며 KBS 9시뉴스(15.8∼2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SBS 8뉴스(5.6∼7.4%)보다는 2∼3%포인트 앞선 수치였다.

하지만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지난해 1월(8.1%)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4월 4.8%, 8월 6.4%, 10월 5.8%로 5%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 7일에는 1.7%(수도권)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S 9시뉴스는 19%, SBS 8뉴스는 7% 안팎의 시청률이었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뉴스데스크가 SBS에도 뒤지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보여준 MBC 특유의 강점도 약화됐다. 최근 시작된 '토크클럽 배우들'의 21일 시청률은 2.3%에 그쳐 종합편성채널의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낮았다.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가 갑자기 종영됐다. 올해 방영될 '구암 허준' '대장금 그 후 10년' 등은 창의력 부재로 과거 히트작을 '재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수익도 급감했다. 지난해 MBC 광고매출은 2011년 4929억 원에서 1년 만에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MBC 관계자는 "방송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 김 사장의 정략 인사, 노조의 강경투쟁이 원인

MBC의 추락을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케이블 채널의 상승세와 전반적인 TV 시청률 하락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계속된 노사 갈등, 나아가 구성원 간 알력 등 내부 원인이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를 동시에 추락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0년 3월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 내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사측과 노조는 보도 방향을 놓고 잇달아 갈등을 보였다. 2010년 '후 플러스' 등 시사 프로그램들이 폐지됐고 '4대강 수심 6mm의 비밀', 'MB 무릎기도'(이상 PD수첩) 등 정권 비판적 프로그램의 방영이 연기되거나 제작이 중단됐다. 노조는 "MB 정부가 임명한 낙하산 사장 탓에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다섯 차례나 파업을 벌였다.

사측에선 "노조가 노영(勞營)방송을 만들고 정치파업을 한다"며 맞섰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기자 11명이 해고됐고 약 70명이 감봉 혹은 근신 조치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보니 김 사장의 정략적 인사와 미국산 쇠고기 등 이슈마다 좌파단체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해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게 한 노조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징계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로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구성원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기존 MBC 기자들은 "사측이 뽑은 기자들과는 대화조차 안 한다"고 밝힌 반면 경력직원들 사이에선 '차별이 심하다'며 제2노조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시청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사측과 노조 양측 모두 포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朴정부 방송정책 시금석' 김재철 사장 거취 주목 ▼

MBC의 추락이 두드러지면서 김재철 사장(사진)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의 내부 갈등 수습과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방송정책은 김 사장이 퇴진하는 시점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낙하산 사장 방지와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해 왔다.

김 사장 퇴진은 지난해부터 거론돼 왔다. MBC 파업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7월 여야는 19대 국회 개원 조건으로 MBC 사태를 해결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진전이 없자 야당은 "여당이 김 사장 퇴진에 동의하고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여당은 "퇴진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이후 김 사장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달 말 발표될 감사원의 MBC 감사 결과가 김 사장 거취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의 요구에 따라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이 방문진, 나아가 MBC와 김 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김 사장 사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개인 비리를 이유로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단국대가 15일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이라고 판단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문진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30일 임시이사회에서 소명하지 않으면 이사장직 사퇴권고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사퇴하고 새 이사장이 선임되면 야당 측 방문진 이사들이 김 사장 해임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임기(2014년 2월)를 채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굳이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김 사장 거취에 영향을 미쳐 '정치권 개입'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윤종·전주영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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