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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새벽부터 잘때까지 일 · 일 · 일..잠이라도 푹 자봤으면"

입력 2013. 02. 01. 11:00 수정 2013. 02. 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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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외육아'30대 워킹맘의 하루 따라가보니..

일어나자마자 둘째 챙기느라 동분서주베이비시터 눈치보느라 일찍 퇴근친구 만나기는커녕 회식도 못해야근 잦은 남편은 보기 힘들고육아는 자연스레 내 차지'이모복' 이라도 있었으면…

"옛날에는 남자가 돈 벌고 여자가 기저귀를 갈았으니까 책임이 단순했어. 돈이 없으면 남편 탓이고, 아이가 울면 아내 탓이었지.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의 책임인데,그건 너무 복잡하잖아."

할리우드의 대표 패셔니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자 두 아이의 엄마(케이트 역)로 분한 '하이힐 신고 달리는 여자'에서는 시어머니가 일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한 듯 이렇게 한마디를 던진다.

그런데 과연 맞벌이부부의 가정생활은 '모두(공동)의 책임'으로 이뤄질까. 케이트는 집에 있는 엄마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늦은 밤 퇴근길에 유치원에 보낼 케이크 재료를 구하러 다니고, 출장길에서도 아이의 발레 수업에 신길 보라색 타이즈를 찾아다닌다. 같은 시각 그녀의 남편은 이런 걱정 없이 일찍 퇴근해 집에 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I Don't Know How She Does It'.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한국의 워킹맘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잠이나 푹 자봤으면

=이선영(가명ㆍ31) 씨는 각각 36개월과 10개월 된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는 큰애가 태어난 이후로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씨의 하루는 새벽 5시30분에 시작한다. 그 시각에 일어나 둘째 젖을 먹이고 남은 젖을 오후에 먹을 수 있도록 유축해둔다.

둘째한테 꼬박 1시간이 걸린 뒤 아침상을 준비한다. 7시30분에 베이비시터 겸 가사도우미가 와서 아이의 아침식사를 챙겨주긴 하지만 혹시 밥이 부족하진 않은지, 국이나 밑반찬이 있는지 체크하는 건 이 씨의 몫이다. 오후에 해놓을 반찬도 정해놓고, 퇴근길 찬거리 챙기기도 외워둔 채 비로소 출근 준비가 시작된다.

출근 후에도 오전ㆍ오후 두 번 둘째에게 먹일 모유를 유축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 씨는 "큰애 젖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둘째를 가지다 보니 새벽 수유에 애 둘 뒤치다꺼리까지, 밤에 잠 한 번 푹 잔 적이 없다"면서 "어쩌다 지방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유축하고, 베이비시터 눈치 보느라 퇴근 후 친구 한 번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의 야근이 잦다 보니 퇴근 후 아이들 밥을 먹여 씻기고 재우는 것도 이 씨 몫이다. 그는 "남편이 안 도와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퇴근할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육아는 자연스레 내 몫이 됐다"면서 "아빠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에 익숙한 것은 아닌데도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우울함이 몰려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맞벌이'지만 사실상 엄마가 도맡아 키우는 '외육아' 워킹맘은 이 씨만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6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하루평균 30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자발적으로 많은 일을 해내다 보니 워킹맘의 고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ㆍ문화 네트워크가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워킹맘의 사회ㆍ개인ㆍ가정ㆍ직장 관련 고통지수를 측정한 결과, 5점 기준으로 3.04점의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고(83.7%), 집에서 가사를 혼자 담당하며(65.05%), 퇴근 후 충분히 쉴 시간이 없다(59.0%) 등으로 가사와 육아의 쏠림 현상으로 인한 어려움 호소가 대다수였다.

▶워킹맘 성공의 필수 조건 '이모복'

=김가영(32) 씨는 연애 시절 캠퍼스커플(CC)이었다. 남편과 대기업에 나란히 입사할 때만 해도 커리어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출산 후 현실은 달랐다.

김 씨는 "큰아이가 남편 직장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에 아침에 아이를 원에 데려다주는 것이 남편 몫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밥이나 유치원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내 몫"이라며 "밤 11시30분에 회식 마치고 집에 오면서 문구점에 들러 유치원 친구 생일선물을 사 새벽까지 포장하다 보면 몸이 녹아내릴 듯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인사고과에도 신경이 쓰인다. 김 씨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해 C 등급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올해와 내년 고과가 좋아야 과장 승진을 할 수 있다"면서 "남자 못지않게 공부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인데, 일상이 고되다 보니 커리어에 자꾸 물음표가 붙는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워킹맘 사이에서는 여자의 성공은 믿을 만한 '이모(베이비시터 겸 가사도우미를 이르는 워킹맘들의 호칭)복'에서 나온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김 씨는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면 죄송스러워 퇴근시간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밤마다 부장이랑 맥주도 한잔 하고, 주말에 골프도 같이 치는 남성 동료에 비해 인사고과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내에서 최고점으로 승진한 여 차장이 말하길, 아이를 좋아하고 책임감 있게 육아와 집안살림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이모복이 여성의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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