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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괴롭다, 명절 스트레스!

조인경 입력 2013. 02. 10. 16:21 수정 2013. 02.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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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보다 더 깐깐하고 노골적인 '처월드''남녀평등' 당연하지만 내가 나서 바꿀수도 없고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7급 공무원 박모(36·서울 송파동)씨는 작년에 새로 맞은 네 살 아래 동서 때문에 처가댁 가기가 영 껄끄러워졌다. 같은 대학을 나온 후배라는 말에 반가운 것도 잠시,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능력 있는 동서는 처가집의 자랑이자 박 씨를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들는 존재였다. 박씨 부부에게는 별다른 지원이 없었던 장인어른이 소위 '사'짜 사위를 들인다며 억 단위가 넘어가는 전세금을 보태줬다 는 얘기는 일부러 못들은 척 했다. 하지만 장모님이 명절날 값비싼 선물세트를 받아들고는 "아이고 잘 나가는 사위는 씀씀이도 다르네"라고 노골적으로 말씀하실 땐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멋쩍은 마음에 처가댁의 수명이 다한 전등을 갈고 고장난 대문을 고쳐 놓았더니 집에 돌아온 아내가 대성통곡했다. "왜 윗사람이 돼서 그렇게 당당하질 못해. 제부는 손님처럼 앉아서 상만 넙죽넙죽 받는데, 자기는 왜 머슴처럼 뺀치 들고 돌아다니냐고!"

# 김모(33·경기 용인 이매동)씨의 아내는 결혼 후 첫 명절부터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명절 오전 차례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마치면 곧바로 친정행이다. 어머니가 "그래도 오랜만에 누나들 좀 보고가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아내는 "형님들도 친정 오는데 저도 엄마 보러 가야죠"라고 야무지게 대답해 부모님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번 설에는 친정 먼저 들렸다 시댁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걸 간신히 설득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설 선물로 시댁에는 20만원대 갈비세트를, 친정에는 무게가 더 나가는 30만원 짜리 갈비세트를 골랐다. "왜 선물 가격에 차이가 나지?"라고 묻는 김씨에게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 되물었다. "시댁에서는 내가 음식도 하고 노력봉사 하잖아. 우리집에서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을거고. 당연히 엄마에게 더 비싼 거 해도 되지 않아?"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명절을 앞둔 남자들도 여자 못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시월드'보다 더 무서운 곳이 '처월드'라는 말은 더 이상농담이 아니다.

한국워킹맘연구소와 맘스다이어리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남편 5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463명)가 '명절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그 원인으로 '장거리 운전과 교통체증(42%)',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는 장모와 사위간 갈등(21%)', '아내의 잔소리(17%)' 등을 지목했다.

▲어머니가 아내에게 많은 일을 시킬 때(39%, 200명) ▲차례 후 어머니가 처가집 가라는 말을 안 할 때(22.1%, 114명)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승진이나 월급 얘기를 할때(12%, 63명) 아내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옥이 한국남성의전화 소장은 "명절을 전후해서는 시댁에 가지 않으려는 아내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많다"며 "시댁과 친정에 똑같이 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인식은 확산된 반면 당연히 명절에는 시댁 위주로 해야한다는 웃어른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아 그 사이에 낀 남성들만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가족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속내를 토로할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부장은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전통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주도하기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갈등이 있어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기간 부부 사이의 갈등을 방지하려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배려하는 자세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명절을 지내는데 반드시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들은 어떻다더라' 식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도 문제다. 각 가정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부부가 얼마든지 대화로 조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부장은 "명절 연휴 뒤 갈등이 생길 경우 양쪽이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명절은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뒤 처리를 해야 되는 아내 뿐 아니라 장시간 운전을 하고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남편에게도 스트레스가된다"며 "서로 예민해져 있는 시기인 만큼 큰 부부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라도 상대에 대해 격려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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