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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비싼 통신요금 초래해"

허은선 기자 입력 2013. 02. 18. 00:42 수정 2013. 02.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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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0일, 유튜브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난해 말 해고된 KT 새노조위원장 이해관씨(50)는 이 동영상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KT에서) 해고됐다. 대선 기간 몸을 사리던 대기업들이 다시 탐욕의 본색을 드러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이해관. 이른바 '학출(학생 출신) 노동운동가'였던 그가 공장에서 쫓겨난 뒤 1989년 입사한 회사가 바로 당시 국영기업이던 한국통신(현 KT)이다. 이씨는 이 회사에서 설비 수리 등을 맡으며 노동운동을 이어가다 1995년 '한국통신 사태(한통 사태)' 때 해직되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공기업 임금 가이드라인 철폐' '민영화 반대' 등을 주장하던 한국통신 노조를 '국가전복 세력'으로 몰았다. 이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한국통신 노조의 투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2007년 복직했다.

ⓒ시사IN 백승기 이해관씨(위)는 "정부 지분 0%인 KT에 공공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KT가 지난해 말 이씨를 또다시 해고했다. 회사 측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씨는 자신이 '세계 7대 경관 전화투표 비리'를 폭로한 장본인이라 회사 측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씨의 폭로 내용은, KT가 세계 7대 경관 전화투표에 사실상 국내통신망을 제공했으면서도 이를 국제전화로 가장해 높은 요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KT가 고객들을 '기망'해서 228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범법행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처벌은 과태료 350만원에 불과했다.

KT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이해관씨를 < 시사IN > 편집국에서 만났다. 그는 "수익 지상주의로 인해 KT가 노동윤리를 망쳤다"라며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의 속사정을 고발했다.

언제 해고 통지를 받았나?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징계 통지서를 받고 열하루 만인 지난해 12월31일 해고됐다.

이번 해고가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 벼르고 벼르다가 '이제 해고해도 되겠다'라면서 자신만만하게 해고한 것 같다. 내 폭로(세계 7대 자연경관 국제전화 사기 제보)는 공익 제보란 측면에서 관심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탐욕을 사회적으로 제어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생각한다.

KT가 그 대기업 중의 하나인가?

당연하다. 여전히 KT가 국민기업, 공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KT는 정부 지분이 0%이고, 외국인이 의결권의 과반을 가진 기업이다. 이미 통신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 주주들, 그것도 해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는 회사인 것이다. KT의 경우 비싼 통신요금이 탐욕의 핵심이다.

국내 통신회사들은 한국의 휴대전화 요금이 높은 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신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며 그래서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KT 이석채 회장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그럼 누가 네트워크를 깔아주냐'는 거다. 하지만 KT 민영화 이후를 살펴보면, 네트워크에 투자한 절대 액수 자체가 줄었다. 과거 공기업 시절에는 KT가 투자를 많이 했다. 신자유주의자들로부터 '과잉 투자' '관치의 비효율성'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과거의 KT는 IT 산업의 인큐베이터 구실도 톡톡히 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외국산 제품에 비해 허접스럽기 짝이 없던 삼성이나 LG 장비를 사줘서 우리 IT 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사라졌다.

1989년 입사한 이래 여러 번 경영진 교체를 겪었는데, 이석채 현 회장에 유독 비판적인 이유가 뭔가?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었던 공기업 시절에는 '한국통신 사장 가방에는 인사 청탁 이력서가 하나 가득'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한국통신 회장이면 사실 상당한 대접을 받는 위치였지만 '까불고' 다니다간 바로 아웃되니까 다들 굉장히 몸조심을 했다. 그런데 이석채 회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던 예전 인물들과 달리 '지르는' 스타일이다. 가령 국회 등에서 통신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오면 과거 회장들은 이를 수긍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면으로 반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석채씨는 '그렇게 하면 누가 통신에 투자하냐' 하는 식으로 나갔다. 또 이석채씨가 회장으로 오자마자 내건 구호가 '올 뉴 케이티(All New KT)'였다. 어떻게 보면, 통신 산업은 끝났다면서 탈통신을 주장한, 참 '건방진' 구호였다고 생각한다. 자산 매각도 이석채씨 아니면 못했을 거라고 본다.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의 알짜 부동산과 땅 속에 묻힌 동케이블 등을 2010년부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5000억원 정도씩 매각이 이뤄졌다.

ⓒ뉴시스 1월20일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 범시민 환영대회'에서 이석채 KT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내빈들과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자산 매각이 기업에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 필요 없는 자산은 팔아치우는 게 해당 기업에 이로울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석채 회장 등이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에서 KT를 경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먹튀'라고 욕먹을 수도 있다. KT 경영진의 부동산 매각에 뒷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부동산을 판다는 것은 해당 부동산이 KT에 필요 없다는 이야기여야 한다. 그런데 KT는 부동산을 팔아치운 뒤 다시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 백(sale and lease back)'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부동산 팔아서 번 돈을 임차료로 다 까먹게 된다.

KT는 최근 프로야구 제10구단을 창단하기로 했다.

10년에 걸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10년 뒤면 이석채 회장은 이미 KT와 관계없는 인물이다. (잘못 되면) 누가 책임지나. KT는 삼성처럼 오너가 있는 기업도 아니지 않은가. 또한 이석채 회장은 경영진 급여도 크게 올렸다. 경영진 보수 한도가 1년 만에 123%, 임원진 보수 한도는 44% 올랐다. 그러나 직원 임금은 거의 동결하고 오히려 5000명 이상을 내보냈다. 공기업 시절엔 전화국 국장보다 일을 일찍 시작한 평직원이 월급을 더 받는 사례도 흔했다.

이석채 회장이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한다고 판단할 만한 사례를 좀 더 제시하면?

브랜드명을 자주 변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고 보니 KT의 경우, 쿡앤쇼(Qook & Show), 올레 케이티(Olleh KT) 등 브랜드명 변경이 잦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정확한 회사명이 무엇인가.

한글로 주식회사 '케이티'이다. 재벌 기업은 2·3세 오너들이 종잣돈을 마련하려고 브랜드명을 바꾼다지만 KT는 다르다. 브랜드를 바꾸면 3만명 정도 되는 KT 직원 명함, 400여 개의 전화국 간판, 차에 붙이는 회사 스티커 등을 다 바꿔야 한다. 요즘 다 턴키(일괄 수주)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큰 시장이다.

KT 주주들은 이석채 회장의 경영 방식에 불만이 없나?

현재 KT의 주식 소유 구조를 보면, 해외 주주들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통신 서비스가 잘 되냐 안 되냐'는 부차적인 관심사다. 그들은 가급적 짧은 기간 내에 배당만 높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할 이유도 없다. KT의 낙하산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를 꼽는다면?

MB가 '공정사회'를 내세웠던 2010년에 이뤄진 낙하산 인사 중 한 명이 김은혜 전 MBC 앵커였다. KT 대졸 신입사원이 20년 이상 근무해도 못 올라가는 전무 자리에 통신업계 커리어가 전혀 없는 김씨가 '내려' 왔으니 박탈감이 너무나 컸다. 하지만 김씨보다 더한 사례도 많다. 2007년 '여자는 구멍이 하나 더 있다'는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석호익씨가 대표적이다. 석호익씨는 18대 총선에서 떨어지자마자 KT에 신설된 부회장직에 앉았다. 부회장 취임 당시 '정치 다시 할 거냐'란 기자들 질문에 '통신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대답해놓고 19대 총선에 출마한다며 2011년 9월 사표를 냈다. KT가 봉이다.

ⓒKT 제공 KT는 그동안 쿡앤쇼, 올레 케이티 등 브랜드명 변경이 잦았다. 브랜드를 바꿀 때마다 큰 비용이 들어간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 오세현씨 승진을 두고도 말이 많더라(오세현씨는 2009년 상무로 영입됐다가 1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올해 초에는 새로 신설된 신사업본부의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물론 어디까지가 낙하산 인사냐,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세현씨가 오세훈씨의 동생이 아니었더라도 그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석채씨는 검사 인맥과 (영국 통신사인) 브리티시 텔레콤(BT) 인맥도 함께 데려왔다. 1월 초 KT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성복씨는 서울고검에 있다가 2009년 KT 윤리경영실장으로 온 사람이다. 이 분이 온 뒤로 KT 내부에서 '(회사 분위기가) 삼청교육대 같다'고 말이 많았지만, 기업의 윤리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회장이) 반대파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낙하산으로 채웠다고 수군거리기도 한다. 또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세계 7대 경관 국제전화 사기 논란 건 등에 대비해 검사 출신을 회사에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데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선 KT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통신 분야는 장비 쪽에서 비리설이 끊이질 않는다. 이걸 빌미로 과거 공기업 시절에는 '가짜 기자'들이 와서 기사를 쓰지 않는 대가로 금품을 뜯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요즘은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아예 걸러져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KT 민영화 이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광고비 증가다. 방송사 골든타임대 광고 대부분이 통신사에 장악됐고, 프로야구 시리즈 광고도 통신사가 잡고 있다. 2011년엔 KT가 종편 4곳에 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평기자들이 KT 비판 기사를 써도 데스크에서 걸러낸다고 들었다.

해고 이후 언론 노출이 더 잦아진 걸로 안다.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게 상처가 되진 않나?

그렇지 않다. 내가 할 일을 마땅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을 뿐, 애초 폭로에 따른 불이익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평생을 고스란히 바친 회사가 국민에게 사기를 친다? 이건 KT 노동자로서의 내 존재를 부정하는 문제였다. KT의 수익 지상주의가 노동윤리를 완전히 말아먹었다. 그간 KT에서 생긴 일들, 특히 '세계 7대 경관 전화투표 비리'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상식을 거스른 행위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경제민주화를 거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당선자도 KT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또 많은 분이 '통신비가 비싸다'고 말하면서 통신회사를 이리저리 옮겨보지만 현실은 언제나 똑같지 않은가. 그것은 비싼 통신비 역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신비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통신사 평직원 임금은 거의 제자리였다. 결국 비싼 통신비 문제는 통신 노동자와 소비자가 만나서 풀어야 한다고 본다.

녹취 도움:김수민 인턴 기자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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