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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교조 종북' 매도에 명예훼손 판결

입력 2013. 02. 25. 13:58 수정 2013. 02. 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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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행수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5일 전교조를 '종북세력이 이끄는 조직'으로 지칭하는 편지를 전교조 교사들에게 보내 탈퇴를 종용한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교학연, 대표 김순희)에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전교조 종북세력 매도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김순희 교학연 대표가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보낸 전교조 탈퇴 종용 편지. 김 대표는 작년 조전혁 의원이 불법으로 공개한 명단을 근거로 전교조를 종북세력이 이끄는 조직이므로 탈퇴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가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판결을 받았다.

ⓒ 김행수

지난해 1심에서도 법원은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볼 근거가 없음에도 '종북세력'으로 표현한 것은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노동조합의 집단적 단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손해배상액이 3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부르는 것은 위법임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김순희 교학연 대표가 편지를 통하여 "전교조 내에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세력'이 있고 그러한 세력들이 원고 전교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하여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하며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우리 사회에서 단체나 개인이 위와 같은 의미의 '종북세력'으로 위인식되는 경우 그 단체나 개인의 주장이나 견해, 지향하는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나 검증을 불문하고 국가적, 사회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고 위와 같이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하여 현행 국가보안법에서 중한 법정형을 규정하여 엄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실정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의미의 '종북세력'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종북세력'으로 지칭되는 경우 그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질 사회적인 평가가 객관적으로 침해된다고 봄이 상당하다."(2012나8696 명예훼손 손해배상)

그동안 보수단체들 또는 보수정치인들이 전교조를 포함한 비판세력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전교조 북한 찬양 단체 주장도 안 돼... 명예훼손

비슷한 판결이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내려졌다. 24일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를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로 비난해 온 보수단체에 명예훼손으로 전교조와 조합원들에게 총 4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과 2010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서울자유교원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들과 이 단체 대표들인 이계성, 이상진, 서희식, 김순희 등이 전교조 교사들이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시위하면서 전교조를 비난하고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정일이 이뻐하는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 북한에서 월급 받아라" 등의 현수막을 걸고 "전교조는 아이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라고 가르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책자를 배포했다. 그리고 "이적단체 전교조, 6.15선언 계기수업은 적화통일 세뇌교육이다. 반역세력 전교조를 해체하라!", "전교조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을 찬양하는 집단이다" 등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울고등법원도 이런 전교조를 북한 찬양 집단, 주체사상 교육 등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 전교조와 조합원에 대한 명예훼손, 모멸적 표현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 교원노조의 단결권 침해 등을 인정하여 전교조에게 2천만 원 등 전교조와 전교조 소속 조합원인 원고들에게 총 4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교조와 소속 교사들이 북한의 주체 사상을 교육하고 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허위 사실로 판단하였으며, "전교조를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로 단정하거나 비속어로 조롱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비난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주사파(주체 사상파) 표현해도 명예훼손 판결

우리 사회에는 기득권에 대한 비판세력을 공산당, 빨갱이, 친북세력, 종북세력 등으로 매도해 온 좋지 못한 관행이 있는데, 가장 악의적인 것이 '주사파(주체사상)'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법원은 이 주사파 표현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한 바 있다.

2002년 12월 대법원은 KBS < 다큐멘터리극장 > 의 책임 프로듀서(CP)에 대해서 이승만을 사대주의자로 여운형을 민족주의자로 미화하는 역사 왜곡을 자행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남○○는 주사파"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썼던 월간 한국논단과 기자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밝혔다.

"소위 '주사파'란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자들을 의미함은 주지의 사실인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 또는 '친북세력'으로 지목당하는 경우 그 특정인은 수사기관의 현실적인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반사회세력으로 낙인찍혀 그 사회활동의 폭이 현저히 위축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주사파'라는 발언은 단순한 모욕적 언사를 넘어 충분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므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선고 2000다14613 판결)

대법원은 이 판결문을 통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로 지목되면 그는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되므로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인터넷 언론 < 미디어워치 > 변희재 대표가 방송인 김미화씨를 '친노좌파'로 표현하여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제기된 소송에서 서울고법원은 2011년 11월 "김미화씨를 친노좌파로 표현한 해당기사를 삭제하고 앞으로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결정을 나왔다, 다시 친노좌파로 표현할 시에는 회당 500만 원을 지급해야한다"는 강제결정 확정된 바 있다.

김미화씨에 대해서 '친노무현 또는 좌파, 반미주의자' 등으로 표현하는 것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특정인을 '친노좌파'로 표현하는 것도 위법이 될 수 있어 이런 표현을 하지 말라고 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주사파보다 훨씬 강도가 약한 친노좌파 표현에도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군대·경찰까지 나서서 비판 세력에 종북 공세

2012년 군부대에서 전교조와 한대련 등을 종북세력으로 교육하는 이른 바 '종북퀴즈'를 실시하여 물의를 빚었다. 이 종북퀴즈는 반유신 민주화 투쟁도 종북세력이 일으킨 것으로 교육하고 있어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 김행수

2012년 9월 군부대에서도 종북세력 실체 인식을 위한 교육의 명목으로 1970년대 이후의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 투쟁까지 종북세력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하여 한 투쟁이라고 하고, 나아가 전교조와 한대련을 학원가의 대표적인 종북세력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진위형과 단답형으로 이루어진 이 종북퀴즈 문제를 학습하도록 하고 성적에 따라서 포상휴가를 보내도록 하는 등 군인들에게 특정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교육을 하여 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군대에서 뿐이 아니었다. 최근 공개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전망 2013'는 "2012년 종북세력 등 국내 안보위해세력들이 '한미FTA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4대강 사업반대' 등 국책사업저지투쟁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전쟁반대·평화수호' 등 정권기반 무력화 및 종북좌파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이 야권연대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 등 야당과 시민사회까지 종북세력으로 낙인찍고 있어 역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이 직원으로 하여금 인터넷에 정부 정책을 찬성하고 특정 후보를 반대하여 선거와 정치 관련 댓글을 작성하도록 하여 정치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에 이어 군대, 경찰까지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이나 개인에 대해서 종북세력, 국가 위해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비판세력에 '공산당- > 빨갱이- > 종북'... 색깔론 사라져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견제와 균형을 기제로 하여 운영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한 여론의 다양성, 의사표현의 자유 등이 필수다. 그런데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했다고,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세력이라고 이들을 공산당, 빨갱이, 친북세력, 주사파, 종북세력 등으로 지칭하며 색깔론을 내세워 말도 못하게 탄압해 온 것이 사실이다.

법원은 이미 주사파, 친노 좌파 등의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 최근에는 전교조에 대한 종북세력, 북한찬양세력 등의 지칭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우리 현실에서 최근 법원이 잇따라 전교조에 대해서 종북세력, 북한찬양집단, 주체사상 교육 등으로 비난한 보수단체들에 대해서 명예훼손임을 인정하며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비단 전교조뿐 아니라 민주당, 진보당 등의 야당 정치세력,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일 것이다. 또한 법원의 판결 이전에 상대세력, 또는 생각이 다른 집단 등 비판세력에 대해서 주사파, 빨갱이, 종북세력 운운하는 색깔론으로 막말 공세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최근 국정원과 검찰은 전교조 교사 190여 명으로 구성된 이적단체를 적발하였다면서 교사 4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그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190명의 구성원을 가진 이적단체를 적발하고도 4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으니 내린 공안세력의 꼼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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