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원치 않았지만..'NO' 라고 할수 없었다

입력 2013. 3. 5. 11:42 수정 2013. 4. 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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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성폭행 혐의 잇단 피소.."합의하에 한 것" "강제로 성관계" 엇갈린 증언..강간과 화간 그 판단의 근거는

유명 헤어디자이너이자 미용실 가맹점 대표인 박준(62) 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세간이 떠들썩하다. 박 씨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용실 여직원 A 씨는 지난 1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A 씨 외에 다른 직원 3명도 박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회사 모임에서 박 씨가 강제로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A 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합의하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유명 탤런트 박시후(35) 씨도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현재까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박 씨를 고소한 여성 B(22) 씨는 고소장에서 "박시후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으나 박 씨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반박해 양측의 주장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강간'과 '화간' 사이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할 경우,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술이 웬수? 남성과 여성에게 '잣대' 다른 게 현실

=우리나라 법령에 따르면 술에 취한 정도에 따라 강간죄와 준강간죄로 나뉜다.

박시후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B 씨가 만취했다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B 씨는 "술이 취해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 보니 강간당했다는 것을 알고 고소했다"며 박시후 씨의 준강간 혐의를 제기했다.

만취 상태의 여성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일 때 간음할 경우 준강간죄(형법 299조)가 적용된다. 다만 박시후 씨와 B 씨가 술을 마셨다는 술집 관계자의 진술과 폐쇄회로(CC) TV 등 자료가 나오면서 박 씨의 '준강간' 주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술집 관계자는 B 씨가 멀쩡하게 걸어 나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준강간'이라 칭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성의 만취와 심신상실 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강지원(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변호사는 "성관계 당시 알코올 농도를 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여성의 상태만으로 '준강간' 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이 술에 취해 소위 필름이 끊겼을 경우 자신이 당한 일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임신 사실을 알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박시후가 만취했다면 '심신미약' 상황이 고려돼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감경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강간과 화간의 주장 사이에서 '만취상태'가 남성과 여성에게 달리 적용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강 변호사는 "술 취한 여성을 상대로 한 강제적인 성관계에 대해 관련 특별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성 여부 '사력을 다해 저항을 했나?'

=지난 2010년 대전에서 고교생 16명이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C(15) 양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D(16) 군 등에게 약 한 달 동안 상가 화장실, 아파트 옥상, 노래방 화장실 등에서 수십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 학생들을 전원 불구속 처리했다. C 양이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사례처럼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 등 과거 판례에 따르면 상대 남성의 폭행ㆍ협박에 '사력을 다해 저항'을 했을 경우 강간이 인정됐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법원 판례에서도 강제성 여건을 완화해서 해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강간죄에서 핵심은 '강제성'이다. 이것을 법적으로 해석하면 '폭행ㆍ협박'의 여부다. 폭행과 협박이 있었느냐, 그리고 어느 정도였느냐가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강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폭행과 협박에 있어 '최협의설'이 적용돼 굉장히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온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강간 범죄자가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 없이 피해자를 속이거나 지위 또는 수적 우세 등을 이용해 제압한 경우를 감경요소로 인정했으나 이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뚜렷한 증거 없으면 고소인의 진술에 의존해야

='강간'사건을 둘러싸고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을 하게 될 경우 '기소기관'인 검찰 또는 경찰에 입증 책임이 있다. 그 기초는 피해자의 진술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해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져야 강간ㆍ화간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워크 사무국장은 "법정에서는 폭행과 협박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여성들에게 강화된 증거를 요구하는데 '거절'했다는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야심한 시각에 왜 남성들과 함께 어울렸나' '동의하니까 따라간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여성들의 의도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행상 법적인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입증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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