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판하려면 '패러디'라고 써라?

2013. 3.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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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회사원 이씨 대선 전 박근혜 후보 비판 내용 올려 검찰 불구속 기소 당해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검찰이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트위터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 시민을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향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죄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형사3부 검사 박대범)은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형법 제37조와 제 38조 위반 혐의에 따라 대구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4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모씨는 지난 2012년 9월 6일 트위터에 접속해 "위기의 사면초가 새누리당 출입기자가 박근혜에게 현재 상황 질문하자 박그네 왈 "꺼져 ○○○"라고 썼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근혜는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로서 새누리당 출입기자에게 "꺼져 ○○○"라는 욕설을 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자신의 트윗 내용에 대해 "당시 여건상 언론과의 면담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보수 논객들도 일제히 기자를 공격했다. 그 당시 상황을 반영해 패러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씨의 주장에 대해 '패러디라고 한다면 문장 안에 가로를 넣어서 패러디 혹은 농담이라고 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박근혜라는 말 대신 박그네라는 단어를 썼고 트위터상 박근혜 대통령을 촌닭, 늙은 닭 등 표현한 것이 무수히 많은데 이것 역시 모두 패러디라고 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이씨를 추가로 기소한 트윗은 이씨가 지난해 10월 18일 "문재인은 이북5도민에게 물병 수십개 맞아 고통스러워도 참고 용서해 주었고 박근혜는 SNS에서 박근혜 비판하는 글 올린 시민을 경찰에게 청탁해서 비판한 시민의 뒷조사로 모든 개인정보 빼내고 비판한 시민을 거액의 벌금이나 구속시킨다. 정권교체 후 박그네 감방보내자"라고 올린 내용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서도 "벌써 지난해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내용"이라면서 "당시에도 반값등록금 약속을 한 박근혜 후보를 비판한 학생들이 공약을 지키라고 피캣을 들었다는 이유로 벌금이 떨어지지 않았느냐. 보수 논객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까지도 문재인 후보를 문죄인이라고 하고 부동산 수천억원을 해먹고 빨갱이라고 한 자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무시를 당했다"고 분개했다.

검찰은 하지만 이씨에 대해 "피고인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고 기소의 이유를 강조했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지난해 이미 박근혜 후보 비판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처리를 받았는데 이씨가 이후에도 박 후보를 비판하는 트윗을 올려 꽤심죄를 적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씨는 부산강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탐문 결과 후보자 비방죄로 조사를 받고 내사 종결 처리 됐지만 지난 12월 5일 대구성서경찰서 지능팀의 두차례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돼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쪽은 수십개 혐의(트윗 내용) 적용 내용이 있으면 양정(量定) 기준을 정하기 위해 보통 형법 37조와 38조(경합범)를 적용하고 있다며 꽤심죄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씨는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받게된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검찰이 대선 이후 기소를 한 것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씨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당시 언론에 대해 박 후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얘기한 것이 사실인데 공직 후보자에 대해 격앙된 어조의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 사실을 왜곡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적 풍자나 단순한 비난조의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선거 기간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장 활발히 벌어지는 공간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도 "인터넷 선거운동이 자유로워진 이후 문제가 된 조항은 후보자 비방죄가 남아있다"면서 "정당한 비판과 비방의 경계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비방죄를 적용하는 문제를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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