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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의 낙태 요청에도 기형아 출산한 대리모

입력 2013. 03. 11. 03:18 수정 2013. 03. 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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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리모 크리스털 켈리 씨가 자신이 낳은 '베이비 에스(S)'를 안고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기의 입술이 구순구개열로 인해 갈라져 있는 것이 보인다. CNN 홈페이지

'그녀는 구세주인가 악마인가.'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를 친부모의 낙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출산한 대리모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전역에서 일고 있다.

최근 CNN방송에 따르면 코네티컷 주에 살던 크리스털 켈리 씨(31)는 2011년 8월 불임 부부를 돕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2만2000달러를 받고 대리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두 딸을 둔 이혼녀였던 켈리 씨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였다.

켈리 씨는 대리모 주선 회사를 통해 같은 주에 사는 한 부부와 연결됐다. 이미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던 의뢰인 부부는 4번째 아이를 원했지만 더이상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냉동보관 중이던 의뢰인 부부의 수정란은 2011년 10월 8일 켈리 씨의 자궁에 착상돼 임신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부부는 켈리 씨의 사정을 고려해 비용을 앞당겨 매월 나눠서 지급하고 매일 전화해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문제는 임신 4개월인 2012년 2월에 불거졌다. 태아 사전검사 결과 심장기형과 구순구개열(언청이)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의료진은 아이가 태어나면 수차례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고 출생 후 정상 생활을 할 확률은 25% 정도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후 대리모와 친부모의 '전쟁 아닌 전쟁'은 시작됐다. 친부모는 태어날 아이의 고통을 생각해 낙태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미 낳은 3명의 자식 중 2명이 미숙아로 태어나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지금도 여러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리모는 "부모라도 아이의 생명을 멋대로 빼앗을 수 없다.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봐야 한다"며 낙태를 거부했다.

3월 초 임신 24주가 가까워지면서 대립은 더 극에 달했다. 임신 24주를 넘기면 법적으로 미국에서는 낙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친부모는 변호사를 고용해 켈리 씨에게 낙태를 종용했다. 불응하면 병원비용도 내지 않겠지만 낙태에 응해주면 1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켈리 씨는 종교와 양심의 이유까지 들며 거절했다. 켈리 씨는 "나만큼 아이와 교감을 한 사람은 없다. 아이가 발로 배를 차고 배 속에서 놀면서 느끼는 감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아이의 생명줄을 놓을 수 없음을 호소했다.

켈리 씨는 궁리 끝에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코네티컷 주와 달리 미시간 주에서는 대리모에게도 부모 자격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켈리 씨는 4월 초 두 아이를 데리고 미시간 주로 이사를 했다. 태아 심장 전문의가 있는 미시간대 병원이 있다는 것도 이사의 중요한 이유였다.

문제는 직장이 없는 켈리 씨가 새로 낳을 아이를 돌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고심 끝에 입양을 생각해냈다.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아픈 아이를 입양할 양부모를 아이를 낳기도 전에 찾아냈다.

6월 25일 아이는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는 출생 당시 숨을 쉬지 못해 응급처치를 받았다. 출생 후 초음파 검사 결과는 더 심각했다. 뇌의 양반구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완전전뇌증(完全前腦症)'과 간이나 위가 제 위치에 있지 않은 '내장 변위(變位)'도 발견됐다.

생후 8개월째인 올해 2월 현재 'S'로 불리는 이 아이는 이미 몇 차례의 심장 수술을 받았고 구순구개열 수술 등을 앞두고 있다. 좀 더 자란 뒤 심장 수술을 몇 차례 더 받아야 한다. 의사들은 아이가 생존해도 걷거나 말하지 못할 확률이 50%쯤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 씨와 아이의 양부모는 아이로부터 매일 경이로운 장면을 보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아이는 매일 전염성 강한 미소를 보이며 깨어나고, 의사와 눈을 맞춤으로써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사회는 켈리 씨의 결정이 새 생명을 구한 구세주라는 의견과 함께 아이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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