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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노출 범칙금, 유신 때 복장단속 연상"

박홍두·이성희 기자 입력 2013. 03. 11. 22:39 수정 2013. 03. 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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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국민 통제 논란.. "노출 기준 뭐냐" 논쟁도경찰 "처벌 수위 낮춘 것"

정부는 1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과다노출' 행위에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경찰은 계도기간을 거쳐 내달부터 단속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과도한 국민통제인 '복장단속'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어느 정도 벗어야 '과다노출'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는 과다노출 범칙금 부과에 대한 토론방이 개설돼 순식간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어느 정도가 과다노출인가. 명확한 기준도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다른 누리꾼은 "1970년대 유신시대 때 거리에서 자를 대고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것이 떠오른다"며 "한여름에 긴팔, 긴바지만 입고 다녀야 되나"라고 말했다. "이러다 장발단속까지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경찰은 경범죄상 과다노출 처벌 조항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난해만도 167명이 단속됐다고 항변했다. 지금까지는 과다노출로 적발되면 즉결심판에 부쳐져 법원에 직접 출석해 판결을 받아 10만원 이내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었다.

경찰은 "이번 개정으로 과다노출에 적발된 사람은 법원에 직접 가 즉결심판을 받는 대신 금융기관에 범칙금만 내면 돼 오히려 처벌 절차가 간소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은 "과거에는 즉결심판이라는 절차가 있어 경찰이 과다노출 단속에 신중했을 측면이 있을 텐데, 앞으로는 간단히 범칙금 '딱지'만 떼면 돼 단속이 남발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과다노출로 처벌받는 사람을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바바리맨'(여성들 앞에서 바바리코트를 벗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여주는 남성) 같은 사람은 경범죄가 아니라 주로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남녀의 성기 등을 노출시킨 경우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1명을 상대로 성기 등을 노출하면 경범죄로 처벌되지만 여러 명 앞에서 그런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과다노출 외에도 암표매매, 스토킹(지속적 괴롭힘), 지문채취 불응, 무임승차, 구걸 등 28개 경범죄에 대해 새로운 범칙금을 정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트위터에서 "과다노출, 지문채취 불응, 무임승차 등 경범죄 처벌법 조항의 상당수는 형법과 겹치고, 나머지는 행정처분 등으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국민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자 통제"라며 "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과거 복장단속을 했던 군사정권 시절처럼 짧은 치마나 야한 옷을 막무가내로 단속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기존 단속 대상인 '속이 들여다보이는 옷'도 삭제하는 등 처벌 요건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 박홍두·이성희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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