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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性폭행 진술번복' 은 정황 감안 판단

이재동기자 입력 2013. 03. 19. 13:51 수정 2013. 03. 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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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2심 중형' 친딸 성폭행 엇갈린 판결.. 왜?

최근 친아버지의 외동딸 성폭행 사건을 두고 1, 2심의 유무죄가 엇갈려 각 재판부의 판단을 가른 근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단서인 가운데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을 어느 정도 신뢰했느냐와 심리가 얼마만큼 충실히 진행됐느냐가 판단이 달라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여 향후 대법원의 판단 및 유사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13년 전 부모의 이혼 후 12세 때부터 친척집을 전전하며 생활한 A(17) 양은 "주말에 가끔 왔던 아버지가 자는 틈을 이용해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몸을 더듬거나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며 친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친아버지 B(40)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증거는 A 양의 진술뿐이었다. 1심은 B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주현)는 지난 14일 원심을 뒤집고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뢰 = 1심 재판부는 B 씨의 최초 범행과 마지막 범행, B 씨가 피임기구를 사용해 범행했던 시기 등과 관련해 A 양의 진술이 번복된 점을 지적하며 "A 양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친족간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특수성과 피해자 심리상태를 종합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A 양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형사처벌 받는다는 불안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친족간 성폭력 사건의 경우 범행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1심 재판부는 A 양의 진술이 객관성도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양이 불 꺼진 방에서 아버지가 성폭행 당시 사용한 피임 기구의 형태뿐 아니라 색상까지 정확히 식별한다는 건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양의 방 옆에 작은 창문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충분히 피임 기구의 모양과 색상을 식별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심리 과정 =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증거 내용이 보완된 점도 판단이 달라진 배경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음 피해사실을 상담한 성폭력 상담센터 소장을 부르지 않았는데 2심 재판부는 상담센터 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2심 재판부 관계자는 "상담센터 소장은 어떤 경위로 피해자가 상담을 요청했고 어떤 내용을 진술했는지 법정에서 상세히 증언했다"며 "이 과정에서 친족간 성폭력 사건은 일반 강간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정확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기억해 낸다는 증언이 나왔고 이 점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유사 판결 주목 = B 씨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과 비슷한 유형에 대한 법원의 향후 판결도 주목된다. 아버지가 친딸을 성폭행하는 이른바 친족간의 성폭행 범죄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자택에서 5차례에 걸쳐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최모(56) 씨를 구속기소했으며,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는 15세와 18세인 두 딸을 번갈아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해 징역 1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제주지법에서 8년간 친딸을 성폭행해 낙태까지 이르게 한 '인면수심' 아버지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사건도 있었다.

이재동 기자 trigg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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