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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와 태아에 한약이 위험? 안전?

정은혜 기자 입력 2013. 03. 28. 22:04 수정 2013. 03. 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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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맘카드 확대 적용 앞두고 의료계-한의계 충돌

고운맘카드의 사용범위가 오는 4월 1일부터 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와 한의계가 사용범위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갓 태어난 아기와 산모의 손.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다음달 1일부터 임산부에게 임신·출산비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의 사용 범위가 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임산부는 입덧이나 산후풍, 임신불안에 따른 장애가 있을 때 고운맘카드로 한약 등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고운맘카드의 한방의료기관 확대 적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과연 의학적 논란일까, 밥그릇싸움일까?

◇ 의료계 "한약은 임신부와 태아에 위험"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보건복지부의 입안예고 기간이 끝나고 나서부터였다. 복지부는 고운맘카드를 한방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에 관한 기준' 고시 전부개정안을 지난 2월 19일 입안예고하고 3월 10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의계에서는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두 집단의 갈등이 점차 극에 치닫는 상황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와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센터장 한정열)는 공개적으로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의약품 관리와 같은 DUR제도 등의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은 한약사용까지 임산부의 고운맘카드 사용을 확대하려는 것은 임산부의 건강과 태아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독성간염의 49%에 해당하는 환자의 원인이 한의원 한약 때문이라고 추정된다"며 "한약의 원산지 표시제가 의무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운맘카드의 범위를 한방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은 임산부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한 마더세이프상담센터도 한약재에 많이 쓰이는 감초와 관련한 최준식 제일병원 교수의 '임신부의 감초 복용 후 임신결과' SCI논문을 근거로 들며 임신부 한약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마더세이프상담센터는 "감초를 복용했던 임신부는 복용하지 않았던 임신부에 비해 사산율이 7.9배 높았으며 한국인 임신부의 평균사산율보다 1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감초성분이 조산율 증가와 임신중독증과 관련 있다는 국제논문의 자료를 소개하기도 했다.

◇ 한의계 "한약재는 정부 품질검사 거친 의약품용"

의료계의 강공에 한의계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임신 중 태아가 감초에 노출되더라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음에도 이런 연구 결과는 숨긴 채 의료계에만 유리한 내용을 선택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의협은 "모든 한약재 중 임신부가 복용하면 안 되는 한약재와 한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주의해 복용해야 하는 한약재가 있다는 것은 한의사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한약을 복용하면 임신부는 물론 태아의 건강증진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발표된 수백 편의 학술논문 및 연구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감초라는 단 한 가지 약재의 성분으로 모든 한약이 임신부에게 해로운 것처럼 한약을 폄훼했다고 한의협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의협은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처방하는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에서 시행하는 철저하고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친 의약품용"이라고 주장했다.

◇ 본격 시행 며칠 남기고 또다시 충돌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복지부는 앞서 발표한 입안예고안을 그대로 반영한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에 관한 기준'을 지난 22일 고시했다. 이에 따라 고운맘카드의 한방의료기관 확대 적용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게 됐다.

본격 시행을 며칠 남긴 상황에서 두 집단은 또다시 충돌했다. 이번에는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방특위)와 대한한방부인과학회도 가세했다.

한방특위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산부에게 한약사용은 안전성 문제만으로도 극히 위험한 일이다. 주요 선진국 의료기관에서 임산부에게 한약 투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운맘카드의 한방의료기관 확대 적용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감초는 약과 약을 조화롭게 한다는 이유 등으로 한약에 많이 쓰이지만 감초의 글리시리진 성분은 태반을 손상시켜 엄마 몸속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태아에게 직접 전달돼 태아의 두뇌 발달에 지장이 초래된다"며 "한약이 임산부의 산전·후 관리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국한방부인과학 교수, 전문의 및 한의사를 주축으로 이뤄진 대한한방부인과학회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임신 중에 사용되는 한약들은 이미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근거를 통해 유효성이 인정됐고 현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유전적 독성과 간독성이 없는 한약과 처방들을 검증해 임상에서 선별해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예비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운맘카드 정책은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첨예하게 치닫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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