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 공포에 이성 잃은 박근혜 정부

2013. 4. 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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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인 기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기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3일 선대인경제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4.1부동산대책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고 정부 보도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언론 보도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다.

보도자료 앞부분에 나온 정부의 상황인식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국민은행 가격지수 기준으로 수도권 집값이 겨우 3.5%가량 떨어졌다고 온갖 호들갑 떠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기득권 언론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호가 지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뒤이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별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음을 뒤이어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토록 막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공공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펼 이유가 없다. 만약 정부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상황인식과 대책의 수위가 완전히 엇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가깝다.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 담겨

하지만 정부의 속내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각종 정책 수단과 목표 곳곳에 배어 있다. 먼저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그동안 건설사들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공급을 대폭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음에도 연 7만 호에서 2만 호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라면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면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리겠다는 얘기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소리도 하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그 소중한 택지에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족기능 강화를 통한 수요창출'을 추진하겠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 주거안정을 도모할 생각도 없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주택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주택건설회사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분양률 저하 등 사업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주택 청약자들이 피해를 보든 말든 착공 연기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간주택 공급 속도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오른 집값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고 얼마 전까지 떠들었던 국토부가 이번에는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 공급을 줄여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감축 정책은 약과다. 세제나 금융, 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가면 그 같은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것이 여전히 소득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포함한 일부 무주택서민층이다.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유자금을 가진 일부 자산가들이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살피면, 이들을 총동원해봐야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전자는 아직 소득여력이 없어서 DTI, LTV 규제 등을 풀어서 빚을 왕창 내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 등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매입 시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주택 수 산정에서도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대책? 금융업체 피해 차단 대책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 대책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일반 가계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급매물 출회를 막아서 집값 하락을 막거나 금융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계에는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해 주고, 아직 연체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되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5년째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거치기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그래서 약 75%의 가계가 원금을 갚을 생각은커녕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매년 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들이 빚에 쪼들려 급매물을 내놓거나 그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로 하여금 잠재 부실을 떠안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춘 것도 그런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연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가량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디자인돼 있어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후한 조건이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잠재 부실이 최소 수천억 대로 추정될 정도로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잘못돼 있다.

이런 마당에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포진해있는 50대까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들 가입자의 잠재 부실을 주택금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주는 격이다. 이 또한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을 공기업을 동원해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결국 부실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판에 정상적 상황에 있는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집주인들에게 소득세 비과세나 양도세 중과 폐지, 재산세 및 종부세 감면 등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보통 전세소득은커녕 월세소득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사람들은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렌트푸어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에게 버틸 여력을 주는 대책에 가깝다.

젊은층 제물 삼아 집값 거품 떠받치기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의 한 상가.

ⓒ 김동환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4.1부동산종합대책은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주거안정이란 가치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소득 여력이 없는 젊은 층을 제물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일반 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막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들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기득권 중심의 특혜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수호하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집값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별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의 곳곳에는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부의 대책이 실은 집값 폭락을 더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치로 65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시장의 하락을 3~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는 더 늘 것이고, 공기업들의 잠재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정부의 부양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지연됐던 가격 조정은 더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침체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부동산거품에 돈이 묶이다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침체가 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만 5년 동안 292조 원의 가계부채와 400조 원 가까운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그 부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에 45%에 이르는 무주택서민을 비롯한 대다수 가계는 자녀 출가와 노후 걱정으로 날 밤을 지새우고 있다. 대규모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부동산임대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고비용구조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땅값 집값이 뛰는 동안 사람값은 똥값이 되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정반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동산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제 활로를 모색해야 할 판에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도 안 되는 짓까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정말 그 의도가 사악한, 악랄한 대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선대인 기자는 선대인경제연구소(http://www.sdinomics.com/)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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