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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강간죄' 성립할까..대법원 공개변론

입력 2013. 04. 11. 15:47 수정 2013. 04. 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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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혼인관계의 강간 성립여부 최초로 다뤄 美·英·佛 등 부부 강간죄 인정 추세

정상적 혼인관계의 강간 성립여부 최초로 다뤄

美·英·佛 등 부부 강간죄 인정 추세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A(45)씨는 지난 2001년 B(41·여)씨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불화로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밤늦게 귀가하던 아내에게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A씨는 B씨가 또다시 늦게 귀가하자 부엌칼로 위협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틀 뒤에도 부엌칼로 옷을 찢고 칼을 복부에 들이대면서 반항하는 B씨를 억압한 채 다시 성관계를 맺었다가 특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6년에 10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선고했고, 2심 역시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만 징역 3년6월로 낮췄다.

A씨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겨졌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18일 부부 사이의 강간죄 성립 여부에 관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과거에도 배우자 강간을 인정한 판례는 더러 있었다.

대법원 판례는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를 더 지속할 의사가 없거나 이혼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에서는 배우자 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이번 사건은 A씨와 B씨가 부부싸움을 자주했지만 여전히 한 집에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부 강간죄 성립 여부를 다루는 최초 사례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정상적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아내의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이에 기초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요시하면서 강간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여성의 인권보호에 중점을 둘 것인지, 부부관계의 특수성과 가정의 보존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배우자 강간면책(marital rape exemption)'이 인정되다가 1970년대 들어 이 조항이 폐지됐다.

1984년 뉴욕주 항소법원 판결에서 부부 강간이 유죄로 처음 인정됐다. 영국도 1991년 최고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배우자 강간면책' 이론을 공식적으로 페지했다.

프랑스는 1981년 판결을 시작으로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일반 강간죄보다 형을 가중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공개변론에서 검사와 변호인 외에도 김혜정 영남대 교수, 윤용규 강원대 교수 등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강간죄 성립 시 부부 및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영향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사법부 사상 최초로 공개변론을 생중계했으나 이번 사건은 폭력적·선정적 내용을 다루고 있어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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