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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8시 등교, 교사는 9시 출근.. 성범죄 死角 '1시간'

원선우 기자 입력 2013. 04. 13. 05:14 수정 2013. 04. 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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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생 등굣길 참사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 바빠

지난 10일 등굣길의 8세 남자 초등학생이 30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등굣길을 지키던 '어른'은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곳은 (교사나 학교가 아닌) 학부모가 등교를 지도하는 곳"이라고 했고, 학부모는 "부모들의 등교 지도 직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교사도 부모도 없었던 범죄의 '사각(死角)시간'에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교육청은 "가정의 안전 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초등생 등굣길 참사의 책임을 교사와 학부모, 관계기관이 서로 미루는 형국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등교 지도까지 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 출근 시간은 8시 40분"이라며 "공무원은 9시 출근이 기본인데 왜 교사들만 일찍 출근해야 하는지 선생님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등교하는 시간은 8시 전후지만, 학교에 나와 있는 교사는 1~2명뿐이다. 이 교사는 "그나마 빨리 온 선생님들도 학교 건물 밖 등교 지도는 안 한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당한 8세 초등생이 다니는 서울 A초등학교 교사들도 보통 8시 20분 이후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사들의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은 수업이 시작하는 8시 50분~9시 이전에 출근하면 된다. 일부 교사들은 7시 30분까지 오기도 하지만 출근 시간은 교육청에서 따로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들에게 등굣길까지 다 책임을 지우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보다는 안전 등교 문화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본에선 정해진 장소에 10여명의 학생이 모여 등교하는 '집단 등교'가 일반화돼 있다"면서 "일찍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주로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8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2007년까지 발생한 취학 아동 대상 성범죄 883건 중 74%(650건)가 학교 반경 2km 이내, 36%(320건)가 500m 이내에서 발생했다.

이런 공백을 막기 위해 학부모들이 등굣길 안전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초등생 둘을 키우는 한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는 "녹색 어머니회 활동으로 아침마다 아이들 등굣길을 지도하지만, 집안일까지 제쳐놓고 새벽같이 나올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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