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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남편, 흉기 위협 강제 性관계.. 유죄 땐 夫婦관계 유지될까

김병채기자 입력 2013. 04. 17. 14:11 수정 2013. 04.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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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부부강간죄' 내일 공개변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부부강간죄 사건에 대해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다. 대법원이 부부강간죄를 인정하게 되면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에 대해 처음으로 강간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된다. 한 집에서 동거하면서 이혼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부부에 대해서도 부부강간죄를 적용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사건은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이 아내를 흉기를 위협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다. 지난 2011년 11월 아내 A(41) 씨와 다투던 B(45) 씨는 부엌칼로 아내를 위협하고 방으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이틀 뒤에도 B 씨는 흉기로 A 씨에게 상처를 입히고 옷을 찢은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 씨는 B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B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해 B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B 씨는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법률상 아내가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고, 부부 사이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는 없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사이가 안 좋아 서로 각방을 쓰긴 했지만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과거 대법원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된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이어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이번 공개변론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조계도 부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면 이혼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고소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정생활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은 2009년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었던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남편을 강간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당시 이혼을 앞두고 별거 중인 아내를 위협해 성폭행한 C(당시 41세)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C 씨는 협의이혼신청서를 낸 상태에서 이혼 절차 협의차 방문한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1970년 판결에서는 부부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09년 부산지법에서는 남편이 필리핀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성관계를 가졌다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판결 직후 남편이 자살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004년 부부 간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강제로 성추행해 상해를 입힌 D(당시 45세) 씨에게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은 1970년 대법원의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에 반하는 판결로 화제를 모았지만 D 씨가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지 않으면서 대법원 판례로 남지는 못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부부강간죄를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모두 부부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배우자 강간면책(marital rape exemption)'이 인정됐지만 1970년대 들어 이 조항이 폐지됐다. 1984년 뉴욕주 항소법원 판결에서 부부 강간이 유죄로 처음 인정됐다. 영국도 1991년 최고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배우자 강간면책' 이론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프랑스는 1981년 판결을 시작으로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일반 강간죄보다 형을 가중하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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