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조심하라"..성폭력 예방 1계명

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2013. 4.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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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탐닉한 대한민국..성교육이 대안이다③]성폭력 예방 교육

[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노컷뉴스는 지난해 '성에 탐닉하는 대한민국'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성문화의 기저에는 왜곡된 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교육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열린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결심 공판에서 공개된 8살 피해 아동의 편지가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판사 아저씨, 엄마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주러 가신다고 해서 편지 썼어요. 엄마가 저는 못 간대요. 판사 아저씨, 나를 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주셔야 해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서 나를 또 데리고 갈까 봐 무서워요."

아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많이 혼내주세요"라는 말이 반복해 적혀 있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은 엄마는 "아직도 아이가 '엄마 뱃속으로 다시 넣어 달라'고 한다"며 흐느꼈다.

어른이던 아이던 성폭력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간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저학년까지가 성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기라고 한다. 쉽게 유괴할 수 있고, 반항하더라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두순, 김수철, 고종석 사건의 피해 아동은 겨우 일고여덟 살이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가정과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낯선 사람 조심하라" 잘못된 교육

일반적으로 성폭력은 모르는 사람에게 가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성폭력 가해자 2명 중 1명은 '아는 사람'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성범죄 동향 분석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51.7%가 가족이나 친척 등 친족을 포함해 이웃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다.

공식 통계가 이 정도지 실제 성폭력 상담소에서 낸 자료를 보면 60~80%가 가까운 지인에게 당한 성폭력 범죄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흔히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나쁜 사람,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잘못된 교육이다. 어른도 처음 보는 사람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하기 어렵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조금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이러한 내용으로 EBS 다큐프라임(2009)에서 실험한 바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낯선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라고 한 것이다. 대다수가 얼굴에 상처가 있거나 모자를 눌러쓰고 흉기를 든 사람을 그렸다. 하지만 살인범, 아동 성폭행범의 얼굴을 보면 이 얼굴에 나쁜 사람이라고 써 놓고 다니지도 않는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신창원 등도 생긴 건 멀쩡한 편이었다.

아이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과 10분만 어울리며 잘해주면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아동심리연구가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아동 성범죄를 가하는 대상을 '나쁜 사람', '모르는 사람'으로 특정 짓는 순간 이미 내 아이는 위험에 노출되는 거나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또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유괴하고 성폭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길을 묻거나, 물건을 들어 달라 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아동 심리 전문가들을 그 이유를 '착한 아이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의 말을 잘 듣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어려운 사람과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 구체적인 사례 교육, 역할극·인형극 등으로 반복 학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범죄자의 절반이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 가까운 친인척도 다 경계하며 "아무도 믿지 말라"고 가르쳐야 할까.

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봐도 내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실제로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고 교육하는 자료도 있다.

그러나 아이를 그런 식의 이기적인 아이가 되라고 교육할 수는 없다. 굿네이버스 서울성북아동학대예방센터 하아련 간사는 "'어려서 도와드릴 수 없으니 다른 분께 요청해 보겠다'고 대응하는 등 예의를 차리면서 동시에 안전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하 간사는 또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식의 막연한 교육으로는 종합적인 사고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해 각각의 대처법을 가르치고, 이해하기 쉽게 역할극이나 인형극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교육하면 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기사 : 성폭력 2차 피해 더 심각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굿네이버스,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상황별 대처법 반복 학습 중요"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시 도봉구 창동 사랑나무어린이집에서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이 열렸다. 굿네이버스 서울북부지부에서 준비한 인형극으로, 4살부터 7살까지 원생 50여 명이 참석했다.

인형극 시작 전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익숙한 '올챙이 송'을 개사한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아는 노래라 그런지 쉽게 따라 불렀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 / 나의 몸은 내가 지킬래 / 사랑을 주세요 / 행복을 주세요 / 나의 몸은 너무 소중해 / 안 돼 안 돼 빨리 뛰어 1577-1391로 / 사랑을 주세요 / 행복을 주세요/ 나의 몸은 너무 소중해"

총 3편의 인형극이 진행됐다. 1편은 자신의 신체에서 남이 만지거나 보면 안 되는 소중한 곳과 왜 그곳이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2편은 낯선 사람이 아는 척을 하며 접근했을 시 대처법과 이런 일을 부모에게 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3편은 아는 사람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며 신체를 더듬으려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과 이를 부모나 선생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육 내용을 반복해서 주입하는 게 아닌, 아이들이 인형극 중간마다 상황에 직접 참여하며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었다.

굿네이버스 서울성북아동학대예방센터 하아련 간사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내 몸을 보거나 만지는 게 나쁘다는 것', '명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법', '상황별 대처법', '나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부모 등에게 이야기하는 것' 등을 반복 교육한다"고 했다.

하 간사는 이외에도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을 시 부모의 첫 반응이 중요하다는 말을했다. "아이들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본인의 실수로 일어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모가 화를 내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몸의 상처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 성폭력 예방 인형극 문의 : 1544-7944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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