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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나 '바지 취소' 압력

유희곤 기자 입력 2013. 04. 19. 06:05 수정 2013. 04. 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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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권고로 여승무원 바지 유니폼 허용 불구"불이익 갈 수도" 전화.. 3500명 중 2.3%만 신청

아시아나항공이 바지 유니폼을 신청한 여성 승무원에게 신청을 취소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여성 승무원의 바지 유니폼 착용을 금지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 처음으로 신청자에 한해 바지 유니폼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8일 아시아나항공과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5일부터 여성 승무원 3500여명을 대상으로 바지 유니폼 신청을 받은 뒤 신청자 일부에게 취소를 요구했다. 승무원 ㄱ씨는 "유니폼을 담당하는 부서로부터 바지 유니폼을 신청하지 않으면 안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동료 승무원 중 경력이 짧거나 회사 정책에 비교적 협조적인 직원이 주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유니폼 담당자가 '바지 유니폼 신청 여부가 인사 고과에 반영되고 신청자 명단도 임원에게 통보된다'며 일부 여성 승무원에게 신청을 취소하라고 연락했다"면서 "접수 초기만 하더라도 바지 유니폼 희망자가 꽤 많았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신청자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여성 승무원은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여전한 셈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바지 유니폼을 신청한 여성 승무원은 전체의 2.3%인 81명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설립 이후 줄곧 여성 승무원의 치마 유니폼만을 고집해 왔다. '고급스러운 한국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게 이유였다. 또 승무원의 용모와 복장은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의 일부이자 회사 정책의 일부라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는 그룹 고위층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ㄴ씨는 "경영진은 아시아나항공이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승무원의 복장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해 6월 여승무원에게 치마만 입으라고 강요하는 회사 측의 복장 규정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2일 "회사 측이 여성 승무원에게 바지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용모의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여성 승무원이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불리해지자 유니폼 문제를 들고 나와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해 양측 간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노사 갈등이 생기면서 승무원들 사이에는 바지 유니폼을 입는 것이 회사 측과 대립하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성 승무원의 복장 자유를 확대하려면 회사가 바지 유니폼을 일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국내 항공사는 여성 승무원이 입사하면 치마와 바지 유니폼을 기본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문제를 이유로 바지 유니폼은 희망자에 한해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승무원의 신청을 받고 유니폼을 지급했으며 신청 취소를 권한 적은 없다"면서 "바지가 오히려 기내에서 일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신청률이 저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전체 승무원 유니폼을 모두 만들어 일괄 지급하면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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