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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여성 찍어 유포 '벌거벗은 시민의식' 철퇴

입력 2013. 04. 20. 03:04 수정 2013. 04.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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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5명 소환조사.. 2명 입건 "위법인줄 몰랐다" 뒤늦은 후회

[동아일보]

알몸으로 거리를 걷던 여성을 보호하거나 가려주는 대신 동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사람들이 사법처리를 받게 됐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이달 4일 목포시 상동 쇼핑몰 인근에서 알몸으로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인터넷 등에 올린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대학생 이모 씨(24)와 자영업자 이모 씨(41)를 19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인터넷 등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문제의 동영상과 사진을 주고받은 주부와 자영업자, 대학생 등 23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학생 이 씨는 A 씨가 알몸으로 걷는 모습이 촬영된 10초 분량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지인이 카카오톡으로 전해준 동영상을 생각 없이 올렸다"며 "피해 여성과 가족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 씨도 문제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두 차례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23명을 조사했지만 입건하진 않을 방침이다.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으면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등에 비해 공개 효과가 낮은 데다 이 동영상과 사진을 주고받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보여 수사가 쉽지 않은 탓이다.

카톡으로 동영상을 주고받은 한 남자는 경찰에서 "지인에게서 동영상·사진을 건네받아 유포하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잘못했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A 씨에게 미안하고 사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SNS에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동영상·사진을 전송해도 처벌을 받는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호기심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현행법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 또는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A 씨 동영상이 2종류, 사진은 8종류 정도 찍힌 것으로 추정하고 전송 경로를 역추적해 최초 촬영자를 찾을 방침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은 이 씨 등 2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일 오전 20대 여성인 A 씨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몸으로 10여 분 동안 거리를 걸어갔지만 이를 본 대부분의 시민들이 옷으로 가려 주는 등 도움을 주기보다 휴대전화로 촬영해 비난이 일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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