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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로 잡은 파렴치범.. 딸 친구 성추행 목소리 복원

류인하 기자 입력 2013. 04. 20. 06:05 수정 2013. 04. 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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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피고인에게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무죄의 유일한 증거였던 블랙박스가 이번에는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19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11부(김종근 부장판사)의 재판이 열린 505호 법정. 피고인석에 서 있던 40대 초반의 한 남성이 흐느껴 울며 "제발 법정구속만은 말아주십시오"라고 사정했다. 15살인 딸의 친구를 자신의 차에 태워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ㄱ씨(41)였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ㄱ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ㄱ씨에게 징역 2년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다.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재판 결과가 뒤바뀐 데에는 복원된 블랙박스 내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ㄱ씨는 지난해 4월 어느 날 오전 1시 무렵 집에 있던 딸의 친구 ㄴ양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오라고 했다. 딸의 비행에 대해 상의할 게 있다는 이유를 댔다. 평소 ㄱ씨가 친구를 때리는 모습을 봐왔던 ㄴ양은 순순히 밖으로 나와 ㄱ씨 차에 탔다. ㄱ씨는 맥주 2캔을 사서 ㄴ양에게 먹이고, 담배까지 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ㄱ씨의 대화는 점점 음란해졌다. ㄱ씨는 ㄴ양에게 "나랑 바람피우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하며 성추행했다.

1심 법원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 차에 있던 훼손된 블랙박스 속 ㄴ양의 웃음소리가 문제였다. 블랙박스 속 음성에서 ㄴ양은 ㄱ씨의 말에 호응하며 웃었다. 1심 재판부는 이 블랙박스를 증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강제성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블랙박스의 훼손된 부분 중 일부가 추가로 복원됐다. 그러자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이 새롭게 나타났다. ㄴ양의 웃음소리는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불안정한 웃음소리였던 것이다. 재판부는 "복구된 녹화테이프를 피고인도 들어봤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점점 피고인과의 대화를 피하고, 웃음소리 역시 짧아졌는데 이는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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