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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봉인가요?' 맞벌이의 눈물

배현정 기자 입력 2013. 04. 23. 09:35 수정 2013. 04. 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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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맞벌이가 살아가는 법/ 둘 벌어도 돌아오는 건 '세금'

월급 명세서만으로 각종 혜택서 소외… 심지어 '보육'도 홀대

"결혼 후 8년째 부부가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 집도 없고, 차도 없어요. 그래도 '양쪽으로'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맞벌이란 이유로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니 힘이 빠져요. 우리사회 맞벌이는 슈퍼 '봉'인가요?" (41·정모씨)

"복직하려고 어린이집을 알아보니 원장이 저녁 7시까지 애를 봐줄 수는 없다고 하네요. 다들 아침 10시에 아이를 맡기고 오후 3시가 되면 데려간다며 아예 거부하더군요. '맞벌이들도 조부모가 와서 일찍 데려가던데…'라며 종일반에 맡기려는 저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네요." (네티즌 박모씨)

맞벌이 가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대책과 보육정책 등에서 맞벌이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어서다. '거꾸로' 가는 맞벌이 정책이라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맞벌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43.5%를 차지한다. 기혼가구 10집 중 4곳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맞벌이 가구는 앞으로도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성인의 경력개발'을 주제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은 부부가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사회 맞벌이 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각종 지원책이 '외벌이 서민'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 둘이 벌어도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어려운 '서민 근로자' 맞벌이 가정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맞벌이 힘 빠지네"…세금 꼬박 내도 '혜택' 제외

#.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박은주씨(38)는 최근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출 건으로 고충을 겪었다. 이자부담이 적은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을 받으려고 했지만, 올 들어 국민주택기금의 지원대상이 바뀌면서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해까지는 가구주 단독으로 연소득(상여금 미포함) 3000만원 이하일 경우 대상이 됐는데, 올해부터는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상여금 포함) 이하로 변경됐다. 최근 4·1부동산대책을 통해 소득기준을 4500만원(신혼부부 5000만원)으로 종전보다 500만원 높여줬지만, 대부분의 맞벌이가구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맞벌이부부가 집을 구입하려 해도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흔히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에 비해 더욱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굳이 소득이 높은 맞벌이 가구를 지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월급명세서상의 소득만을 비교하면 간과되는 점이 있다. 바로 실질소득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의 한달 평균 소득은 496만원으로, 외벌이 가구의 370만원보다 34.0% 많다. 그러나 맞벌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사노동 부족 등으로 인한 효용 감소 등을 고려하면 '실질소득'의 차는 크지 않다.

이를테면 맞벌이 가정은 식사준비를 못해 외식을 하거나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가사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한달 평균 20만원을 외벌이에 비해 더 지출한다. 또한 가사노동을 포기하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도 감소한다. 집 청소가 안된 지저분한 상태로 지낸다든지, 빨래를 자주 하지 못한다든지, 어린 자녀를 혼자 두게 되는 등 일종의 효용 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지선 연구원은 "가사노동 부족으로 인한 효용감소분 70만원을 제외하면 맞벌이의 실질적인 소득은 외벌이 가구보다 15% 높은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워킹맘인 주부 이모씨(41)는 "현실적으로 살기 어려워 부부 모두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 기준도 이에 맞게 실질적 소득을 감안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 '맞벌이는 죄?' 맞벌이에 불친절한 사회

맞벌이 가정에 가장 큰 현실적 고충은 자녀 보육(교육) 문제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가가 아이 양육을 책임진다"는 원론 하에 지난 3월부터 '0∼5세 무상보육'을 전격 실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맞벌이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상 맞벌이를 위한 '종일제'와 외벌이를 위한 '반일제'의 지원액이 같아 보육시설에서 맞벌이 가정의 아이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보육제도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일선학교에 등교시간을 1시간 늦추라고 긴급 지시했다. 폭설로 인해 교통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을 감안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들은 갑작스럽게 변경된 등교시간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강모씨(37)는 "직장 출근시간은 동일한데 맞벌이들은 어쩌라고 등교시간을 갑작스레 바꾸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맞벌이 가구 비중이 절반에 달하지만, 보육기관ㆍ학교 등에서 여전히 외벌이 가정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여성 경제인구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활발한 시기에 활동이 꺾이는 'M자형 구조'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 때 69.8%로 가장 높고 육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0∼39세에는 50%대로 떨어졌다가 40대가 되어서야 회복된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구조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며 "보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인재들이 대안을 찾지 못해 직장을 그만둔다면 이는 기업과 사회에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맞벌이 아내는 전업주부보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계청의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 이른바 '워킹맘' 중 30.6%는 경제·직업·건강 등 전반적인 삶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전업주부들은 같은 질문에 27.9%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또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워킹맘은 24%로 전업주부의 28%에 못 미쳤다.

이한승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기본적으로 외벌이 중심 사회는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남자들은 회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강요하는 이분법적 문화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일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가정생활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돼야 교육제도 등의 현실적인 개선도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머니위크| 배현정기자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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