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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 기사에 "어린 나이에 좋은 경험 했네".. 악마같은 댓글 네티즌 26명, 신원 확인해 소환 조사 착수

김형원 기자 입력 2013. 04. 30. 03:20 수정 2013. 04.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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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압수수색서 걸린 사람들 "별생각 없이.. 장난으로 했다"

"나도 12세 미만 소녀와 XX를 통해 남자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 "한 살이든 네 살이든 상관없다." "어린 나이에 좋은 경험 했네." "즐겼을지도 모르지."….

아동 성폭행 기사에 달린 상식 밖의 댓글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다음 등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악성(惡性) 댓글을 단 네티즌 26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소환 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 '발자국'이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을 고소함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

본지가 신원이 확인된 26명이 올린 댓글 32개를 분석한 결과, 피해 아동을 조롱한 글(14개)이 가장 많았다. "나도 해보고 싶다"거나(6개), 성폭행 가해자에게 동조한 글(6개), 아무런 맥락 없이 음란한 댓글을 단 경우(6개)도 있었다. 댓글을 올린 사람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네티즌은 멀쩡한 회사원·대학생이었다. 지난 1월 3일 소환조사를 받은 대학생은 "별생각 없이 장난으로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 선상에 올라 있는 네티즌에게 소환 요구를 하면 '네가 뭔데 그러느냐'며 욕설을 퍼붓거나, '무슨 근거로 나를 처벌할 거냐'고 따지는 사람도 많았다"며 "일부는 아이디를 도용(盜用)당했다고 발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을 처벌할 법규가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행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6명이 남긴 댓글은 대부분 특정인(피해 아동)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음란한 내용의 댓글을 단 경우에도 통상 벌금형에 그친다는 게 법률 전문가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하면서 경찰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며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이런 범죄행위를 단죄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도는 실형을 받지만, 수백 명의 정신을 영원히 망가뜨리는 악성 댓글은 벌금에 그치고 있다"며 "사건 피해자가 특정된 인터넷 기사는 대상자를 겨냥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국회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개인 의사 표현 자유에 방해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性的) 표현은 오히려 더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EU 가맹국을 포함해 유럽 46개국이 가입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2010년 고의로 아동에게 성적 내용의 표현물을 보게 한 사람에게 최대 2년 징역형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란자로테 협약을 비준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악성 댓글을 본 다른 청소년들도 심리적 상처를 입을 수가 있다"며 "흉기와도 같은 댓글이 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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